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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타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 상대를 제압하는 효율성과 효과성의 마술

"Command & Conquer : Red Alert" 게임 중 스크린 샷.
이 게임의 릴리즈 전에 공개된 스크린 샷이라 실제 출시된 게임과는 조금 다르다.
개인적으로 최고로 재미있게 했던 실시간 전략 게임이었다.



오래 전에 미국의 거대 게임 회사인 일렉트로닉 아츠(EA : Electronic Arts)에 합병되어서 아쉽게도 그 참신했던 색깔이 거의 사라져버렸기는 했으나,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매니아라면 그 장르의 원조 제작사인 웨스트우드(Westwood)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잠시 배경 이야기를 하자면,

웨스트우드사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인 1993년, 최초의 실시간 전략 게임인 '듄 2 (Dune 2 : The Building of Dynasty)'를 출시하면서 새로운 전략 게임 장르의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내가 3학년이 되었을 때, 당시 경쟁사였던 블리자드(Blizzard)사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조작 방식과 컨셉이 상당히 다른 또다른 실시간 전략게임은 '워크래프트(WarCraft)' 초편을 출시했고, 웨스트우드사는 이에 맞서 95년 '커맨드 앤 퀀커(Command & Conquer)' 오리지널판과 뒤이어 96년에 업그레이드 판인 "커맨드 앤 퀀커 : 적색경보 (Command and Qunquer : Red Alert)" 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블리자드의 아성을 눌렀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적수인 블리자드사는 워크래프트 2편에 이어 국민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이 퍼진 '스타크래프트(StarCraft)'를 출시함으로써 완전히 국내 전략 게임 시장을 휩쓸어 버렸다. 당시 웨스트우드는 'Dune 2000' 등 후속편을 출시했으나,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을 누르지 못하고 EA에 흡수되었다. EA에서는 기존의 커맨드 앤 퀀커 시리즈의 후속편인 적색경보2와 그래픽이 3차원으로 대폭 강화된 '제너럴' 버전을 아울러 출시하였으나 스타크래프트를 당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도 웨스트우드 시절만큼의 참신함과 박력은 많이 퇴색되고 상업성이 너무 많이 붙어버려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블리자드사는 최근에 비록 장르는 상당히 변질되었지만 온라인판인 'WOW (World of WarCraft)'까지 출시함으로써 적어도 국내에서는 웨스트우드사의 전략 게임은 상당히 주눅이 들어 있는 상태가 되었다.


각설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웨스트우스사 쪽의 스타일을 더 선호해서 95년도 모뎀 시절부터 '커맨드 앤 퀀커'시리즈를 온라인으로 친구들과 수없이 플레이했으며, 그로 인해 나와 친구들은 정말 - 심지어 게임의 버그마저도 이용하는 - 상상을 초월하는 꽁수와 전략들까지 개발해 서로 '기가 차게 물을 먹이는 데에 ' 사용하기도 했었다. (당시의 여러 기상천외한 '무용담'들은 아직도 고교 친구들 사이의 모임에서는 유쾌한 안주거리로 회자되곤 한다.) 당시의 나는 친구들끼리의 게임뿐만 아니라 인터넷 연결을 통해 외국의 게이머들과도 수없이 게임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즐겁기 그지없는 추억들도 있었고, 서로 한동안 메일을 교환한 친구들도 있었다. 폴란드와 같은 동유럽이나 북미 지역 친구들은 상당히 신사적이었는데 반해, 영국이나 북유럽 쪽은 그보다는 매너가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러나 결코 무례한 외국인 게이머는 없었는데, 문제는 한국인들이었다. 한국인들의 게임 플레이는 매우 더티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전세계 사람들이 다 들어오는 온라인 채팅룸에서 서로 한국어로 이야기하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깨진 코드로 나오니) 여기는 세계 공용방이니 코드가 깨지지 않는 언어로 이야기하라고 주의를 주는 다른 외국인들에게 사과도 없이 무시하는 행태를 수없이 목격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 재미있었던 추억은 전화비가 10만원이 넘게 나오던 첫 달에 어머니의 제지로 브레이크가 걸렸고, 덕분에 나와 고교 친구들은 한 친구의 집에 LAN을 설치해서 그곳에서 네트워크로 게임을 즐기게 되었다.

그런 탓인지, 96년-97년에 새 버전인 '적색경보' 판이 붐을 탈 때, 나는 학교 안에서 불패행진의 챔피언이 되어 있었다. 1년 반 동안 학교 안에서 수없이 다양한 도전자들과 게임을 했는데, 딱 두 번 정도 아슬아슬하게 이겼던 것을 빼고는, 아무한테도, 단 한번도 지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도전자가 나의 질풍처럼 돌진하는 탱크 부대의 캐터필러에 깔려서, 그리고 순양함대의 무수한 장거리 포격에 얻어맞고 전장의 이슬로 사라져갔다. 당시 나의 유니트 컨트롤 기술이 매우 눈부셨는지, 대부분의 보통 수준의 맞상대와의 전투에서는 상대가 두 배의 탱크 부대를 몰고 와도 나는 절반 정도의 피해만 입고서 여유롭게 쳐부수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그러나 그 플레이 스타일에 너무 익숙해진 탓인지, 나는 스타크래프트에는 그닥 큰 재미를 느끼지도, 익숙해지지 못했고, 그로 인해 한때의 챔피언은 추억만을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과거 누렸던 불패행진의 영광만을 추억하게 되었다. :)


이런 실시간 전략 게임이야말로, 효율성과 효과성의 조화가 빛을 발하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쓴다.


사실 당시 나의 전략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병법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초반에 빠르게 효과성에 집중해 주도권을 잡고, 뒤로 갈수록 효율성을 높여 일시에 상대를 제압하는 전략이다.


1. 정찰을 매우 중요시했다.
적정을 미리 살펴두고 진격로에 따른 부대의 이동 시간을 고려하며, 생산이 진행됨에 따라 서서히 진용을 갖추는 적 주력 부대의 규모을 파악해, 내가 가진 병력으로 언제 공격하면 좋을지를 재빨리 파악했다. '작전의 방향'을 빠르게 정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했던 것이다.


2. 적의 보급을 방해하며 서서히 전장의 주도권을 잡는다.
초반의 보급은 대부분 적의 후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방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는 조금씩 보급로가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틈틈이 소부대를 움직여 수송 차량을 공격해 파괴하거나, 비록 파괴하지 못하더라도 귀찮게만 하면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분명 먼저 귀찮게 하기 시작하는 쪽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아무튼 한창 공격용 탱크를 생산하다가도 두세 번의 사격에 적의 수송차량을 파괴할 수 있는 화력을 집중해 단시간만 부대를 이동시켜 투입하면 너끈히 수송대를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적을 방해하면 방해할수록 적의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너무 중시한 나머지, 보급 차단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느라 주력 부대의 충분한 규모를 갖추는 데에 게을리하면 최종 전투에서 이기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경우에 적은 보급로를 엄호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병력을 전진 배치해 놓을 수밖에 없게 되는데, 가능하면 치고 빠지기 식으로 이들과 직접 전투가 일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방해하며 전력을 아낀다. 그래서 이 경우에 효과성이 매우 중요하다.


3. 주력 부대의 규모가 어느 정도 갖춰지면 손실을 최소화하며 예비 공격을 시작한다.
이런 작전이 가능하려면 늘 적과 비슷하거나 더 빠른 생산 타이밍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아무튼 적이 부대를 전진 배치했다는 것은 주력이 분산되어 있다는 뜻이며, 이때 나는 주력 부대를 빠르게 이동시켜 공격해 적의 소부대를 격파하고 얼른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계속적으로 적이 조금씩 전력을 소모하게 만든다. 한번 공격에 적의 탱크 두세대 정도씩만 줄여도 상관없다. 사실 가장 치열한 전투는 이 시기에 벌어진다. 소규모 부대로 공격과 후퇴를 자주 반복하면서도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유닛 컨트롤을 눈부시게 해야 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런 전투는 서너 번만 이어져도 적과 나의 전력차를 이미 크게 벌릴 수 있게 된다.


4. 주 공격로를 둘 이상 확보해 각 공격로에서 일단 전선을 전면 돌파한 후 포위 공격해 격파

주력이 충분히 형성되어 진용이 갖춰지면 망설임없이 최소한 2개 부대로 약간의 시간차를 두어 공격을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의 전초부대와 대치한 상태에서 전선을 정체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단 선발 부대가 다소간의 피해를 보더라도 일단 적진을 돌파해 적의 진용을 가르고 앞뒤에서 가능한 많은 포문이 한번에 열릴 수 있도록 포위 공격을 해 주어야 한다. (현대 지상전 전술에서, 특히 기갑부대가 적진에 가하는 충격력은 그들이 기동력을 유지하며 계속 돌진할 때 비로소 발휘된다.) 이렇게 하면 초반의 손실은 크지만 더욱 많은 화력이 단시간에 집중되므로 후반으로 갈수록 손실율은 빠르게 줄어든다. 모든 전략 게임이 그렇듯이, 주력 부대가 전멸하면 게임은 사실상 끝이다. 최종적인 '적진 유린'만이 남은 것이다.


설명이 길었지만,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상대가 나의 이런 작전 패턴을 잘 알고서 게임에 임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고속 생산 패턴을 준비해 온다. (나보다 더 빠르게 만드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작업을 하면서도 그들은 대부분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나에게 끌려다니다가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내가 아슬아슬했던 두 번의 경우는 정찰을 여러 이유로 충분히 하지 못한 상황에서만 일어난 것이다.) 왜 상대의 전략을 알면서도, 더 많은 부대를 가지고 어떻게 쳐들어올지 뻔히 알면서도 막아내지 못할까?

그것은 기본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져서이다.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분산시켜두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2:1로 붙어도 이기지 못한다면 효율성의 문제부터 극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다음 효과성의 문제이다. 초반 주도권을 잃으면 나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할 뿐 자신의 방향에 신경 쓸 시간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나의 방해가 극히 경미한 것이라고 해도, 상대는 그것들을 제거하기 위해 무시하기 어려운 더 많은 힘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효과성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런 시간과 리소스의 누적 손실이 쌓이고 쌓여,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개인 스스로의 수신 과정에서의 효율성과 효과성의 문제와, 경쟁 상대가 있는 상황에서의 같은 문제는 이렇게 매우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에게 입힌 손실은 그만큼 나에게 최소한 두 배의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경쟁 상대가 있을 때, 상대를 살피고 견제함으로써 상대의 발전에 타격을 주고 방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경우에, 대부분의 경우 상대의 효율성보다는 효과성에 타격을 주기 쉽다고 생각된다.) 경쟁의 과정에서, 나의 효율 자체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효율을 낮추는 작업을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나의 효율을 높이는 전략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바로 포지티브(Positive) 전략과 네거티브(Negative) 전략의 병행이다. 그러나, 사회 정의로 봤을때, 그리고 공공의 덕(德)의 측면에서, 모두가 하향 평준화되는 네거티브 전략만은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것은 당장의 효과를 보기 위해 스스로에게 미래의 병을 만드는 극약처방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by 티티 | 2005/08/23 18:50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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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jwmx at 2007/04/03 21:25

제목 : Command & Conquer 3
저는 일부러라도 게임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중독성이 무서웠기 때문이죠. 그러나 친구의 강력한(?) 요구로 시작했다가 완전히 중독된 게임이 바로 Command Conquer의 첫 버전 red alert 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게임은 네트워크를 통해 팀을 구성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는데, 러시아의 전기를 뿜어내는 빠지직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사진출처: VisionStyler> 편을 구성해도 바로 동맹을 맺지를 않고, 본부를 세울 수 있......more

Commented by 언에일리언 at 2005/08/23 19:02
레드얼렛 정말 한시대를 풍미했던 걸작이지요. 정찰견을 떼로 만들어서 보병 물어죽이기를 하거나 탱크로 보병 깔아죽이기를 하거나 더미 건물로 가짜 진지를 만들어 유인하기 등등 참 재미있었는데...
Commented by Draco at 2005/08/23 19:11
일명 탱크얼럿... 스타크 프로게이머로 유명했던 몇명의 선수들이 레드얼럿시절부터 실력을 쌓았던 사람들이라던데..
Commented by Wanderer at 2005/08/25 02:28
오오~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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