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을 보고 내 머리에 늘 떠오르는 키 워드는 하나였다.
'Mission Successful. Returning to Base'.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이 장면(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나빠진다고.
대관절 곡절이 무엇인가 물어보니 그 연유인 즉슨, 이제 다시 진흙탕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고 한다.
사실 나의 경우는, (대부분의 경우) 이제 모험이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다시 현실과 내 자신의 끈을 잇는 반가움이 교차하는 매우 즐거운 장소이다. 특히 깜깜한 밤에 경부고속도로 양재 톨게이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대형 전광판의 영롱한 주황색 글씨, '어서 오십시오, 우리의 서울입니다.' 라는 멘트는 그 컬러의 따뜻함과 더불어 나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회와 흥분을 선사한다. 그런 톨게이트를 보고 기분이 나빴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는 실제 도착 지점에서 아직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 곳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자던 잠을 깨고, 하품을 하거나 기지개를 켜면서 짐을 정리하는 등 벌써부터 내릴 준비를 한다. 휴대폰을 꺼내들고 전화를 걸어 도착을 알리는 사람도 있고 이래저래 차 안은 약간 분주해진다. 장거리 여행일수록 그 분주함의 수준도 높아지는데, 나는 마치 새로운 학생이 전학을 온 듯한 그런 술렁임을 무척 좋아한다.
'카우보이 비밥'에 나오는 게이트의 출구 역시 분명히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메타포로 하여 만들어졌을 것이다.
어두운 밤에 장거리 고속도로 여행을 하다 보면, 길이 마치 터널이나 하이퍼스페이스의 워프 포인트처럼 공간과 공간을 잇는 역할을 한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딱 카우보이 비밥의 스페이스 게이트 분위기라고나 할까.
여행을 하다 보면, 그리고 여기저기로 뻗어 있는 다양한 길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시간과 공간을 크게 나누는 포인트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꼭 우주여행 같은 거창한 여행이 아니라도, 길은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재미를 느끼는 것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떠나는 기분이 아무리 그립고 좋아도,
떠날 수 있어야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이 그 기분이다.
떠날 수 있으려면,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사람에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