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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560m, 정선 가리왕산(加里旺山) - (Revised II)
가리왕산(加里旺山) : 1,560m
N37 27.679 E128 33.795

가리왕산(加里旺山).
원래는 갈왕산이라는 이름인데, 일본인들이 가리왕산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놓았다고 한다. 이 산은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 있으며, 최고봉은 해발 1,560m의 높이로 오대산에 이어 남한에서 11위, 산 전체가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루어진 전형적 육산(肉山)이다.

수량이 풍부한 계곡을 여럿 거느리고 있고, 대중적으로 찾는 산이 아니어서 산 전체에 풍부한 원시림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정상부는 널따른 광장처럼 평평하며 주변 조망도 매우 좋댄다. 주 능선도 크게 오르내림이 없고 넉넉하며 야생화와 나물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정보이다. 산 아래에는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립 자연휴양림도 있고, 고도 800-1,000m 높이에서 약 80km 길이로 산을 빙 돌아가는 임도가 나 있어 산악자전거 코스로도 매우 좋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정상부 적설량이 허리까지 빠지는 수준으로 눈도 무척 많이 내린다. (이후에도 실제로 산행을 포기한 적이 있었다)


멀리서 바라본 가리왕산 주릉의 모습. 주변과 다른 천오백미터급 산이라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리왕산은 정상의 높이로 남한 11위에 해당하는 산으로, 규모가 제법 큰 전형적인 육산이다.


어은(魚隱)골 계곡. 물고기들이 은밀히 숨어드는 평안한 계곡이라는 뜻이다.
물은 대단히 차고 맑았는데, 안내지에는 한여름에도 물이 매우 차니 심장마비에 조심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계곡의 이끼 낀 바위에 고드름이 달렸다. 건조하고 추운 날씨였지만 계곡의 수량은 제법 풍부했다.
어은골 계곡의 바위에는 푸른 이끼가 가득 끼어 있어서, 수림이 울창해지는 여름철 풍경이 궁금해졌다.


가리왕산은 찾는 사람이 썩 많지는 않아, 울창한 원시림이 잘 보존되어 있는 몇 안되는 산들 중 하나라 한다.
산림청 소속의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어 야영장 등 각종 편의시설들이 설치되어 있다.


"백주불여일산(百酒不如一山)" 누군가 자취를 남겼다.
'세상의 술이 한 번의 산행만 못하다' 라는 뜻인가보다.
흥취를 내는 건 좋은데, 그래도 낙서는 좀...


가리왕산 등산로의 전형적인 풍경. 확실히 북한산과는 많이 달랐다.
가리왕산은 원시림이 잘 발달되어 잡목이 많고 울창한 숲 덕인지 엄청난 양의 낙엽이 떨어져 있었다.
호젓함은 일품이었으나, 그 덕에 희미한 길은 더욱 희미해졌고 나는 자꾸만 등산로를 벗어나고 말았다.


고도가 올라가자 이제는 눈 쌓인 길이 나를 맞이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었으나, 눈 층은 차차 두꺼워져 급경사의 좁은 능선길에서 나는 상당히 애를 먹었다.


어은골 방향에서 오른 가리왕산 임도. 어은골 입구에서 딱 절반 지점이다.
가리왕산은 숲을 관리하는 임도가 산을 빙 돌며 여기저기 뻗어 있는데, 길이가 무려 100km 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길이가 워낙 길고, 도로 상태가 좋은데다 급경사가 썩 없어서 산악자전거 코스로 유명하다고 한다.


임도 입구에 설치된 산불감시 초소 겸 비상용 물탱크. 사닥다리를 올라 보았지만, 전망은 썩 뛰어나지는 않았다.
이곳부터 경사는 더욱 급해지고, 눈과 낙엽, 진흙탕으로 뒤범벅인 지루한 지그재그 오름이 계속 이어진다.

나는 이곳에서 한참을 더 진행해 정상 바로 직전인 전위봉까지 올랐으나, 희미한 눈길과 잡목숲 덕에 안타깝게도 여러 번 길을 헤매느라, 이곳까지 오는데에 시간을 너무 소모하여 정상까지 불과 고도 백 미터를 남겨두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그 덕에 가리왕산은 내가 처음으로 등정을 포기하고 후퇴한 산으로 기억되게 되었다.
예전의 태백산은 이미 등정 경험이 있었고 야간 길 찾기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밀어붙였었으나,
이 가리왕산은 조금 경우가 달랐고 비상용 장비를 거의 가지고 오지 않은 관계로 절대 무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한 마디로, 내가 산을 너무 우습게 보았다가 보기 좋게 소박을 맞은 꼴이 되었다.



"절정의 노래"- 이성선 作 -

내가 최후에 닿을 곳은
외로운 설산이어야 하리
얼음과 백색의 눈보라
험한 구름 끝을 떠돌아야 하리
가장 외로운 곳
말을 버린 곳
그곳에서 모두를 하늘에 되돌려주고
한 송이 꽃으로
가볍게 몸을 벌리고
우주를 호흡하리
산이 받으려 하지 않아도
목숨을 요구하지 않아도
기꺼이 거기 몸을 묻으리
영혼은 바람으로 떠돌며
고절(孤絶)을 노래하리
그곳에는 죽은 나무가
살아 있는 나무보다 더 당당히
태양을 향하여
무(無)의 뼈대를 창날같이 빛낸다
침묵의 바위가 무거운 입으로
신비를 말한다
가장 추운 곳, 외로운 곳
말을 버린 곳에서
무일푼 거지로
최후를 마치리.



by 티티 | 2008/08/06 12:39 | 우리 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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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解明 at 2008/08/06 18:41
'百酒不如一山'이라. 술을 참 좋아하면서도 산을 좋아하는 이가 남긴 낙서같군요. 필체가 제법인데요. 그런데 옆에 'ㅂ'이 적혀 있는 거 보니 음까지 달아놓으려다 만 것 같네요.
Commented by 티티 at 2008/08/06 22:04
그랬었나봐요 ㅎㅎ 아아 운치를 아는 분이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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