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령-조령(문경새재)-하늘재 고갯길이 차례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허리 구간중부내륙고속도로(45번)를 달리다 보면, 충청북도 충주(忠州)를 통과해 괴산(槐山)-연풍(延豊) 구간을 지나면서 갑자기 주변 풍경에 높은 산들이 꽉꽉 들어차는 느낌을 받게 된다. 솟구쳐 오르는 산줄기 사이를 굽이굽이 뚫어 여러 개의 긴 터널이 계속 이어지고, 깊은 골짜기를 잇는 큰 다리들도 만난다. 한참을 달려 도가 바뀐 경상북도 문경(聞慶)쯤에 와서야 산맥은 그 기세를 낮춘다. 이 산악지역은 속리산군-소백산군을 잇는 중간 구간으로 우리 나라에서, 그리고 백두대간에서 가장 험준한 구간 중 하나라고 한다. 또한, 산자분수령의 원리에 따라, 한강 유역과 낙동강 유역을 나누는 경계선이기도 하다. 지도 위쪽에 보이는 호수가 바로 얼마 전 남한강 유역의 홍수를 성공적으로 방어해 서울을 지켜내는데 큰 역할을 한 충주댐이 만들어낸 충주호이다.
이 곳에는 세 개의 유명한 고갯길이 있는데, 고구려의 불교문화가 신라로 전해진, 2천 년 전 백두대간에 처음으로 개척된 고갯길인 하늘재(계립령), 그리고 조선시대 중기에 방어 요새의 관문들을 설치하면서 본격적으로 개척되었고, 넘는 일이 구비야 구비야 눈물이 날 만큼 힘들어 날아가는 새도 쉬어 넘는다던 문경새재(조령), 그리고 이우리재로 불리던 작은 고갯길이 일본인들에 의해 새롭게 개척된 이화령이다. 이화령에는 이미 3번 국도와 이화령 터널이 건설되어 있지만, 비교적 최근에 건설된 중부내륙선 고속도로도 3.5km 에 달하는 거대한 연풍터널을 통해 고개를 넘는다.
이렇듯 이화령을 지난 백두대간은 조령과 하늘재를 지나, 하늘재가 개척된 2년 후에 추가로 열린 두 번째 고개인 죽령에 도착하면서 소백산(小白山)군을 일으켜 비로소 부드러운 마루금이 되어, 경상북도 봉화군을 지나 강원도 영월군으로 이어지며 민족의 영산이라는 태백(太白)까지 그 유연함을 계속 이어가게 된다.
이화령은 배꽃고개라는 뜻인 그 이름이 몹시 예쁘기는 하지만, 일본인들이 험준한 조령을 넘는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동시에 우리 나라의 전통적 고갯길이었던 조령을 말살하기 위해 1925년 신작로를 내며 이화령이라 이름붙인 길이라고 하니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이 시점에서 가장 번화한 고개는 2천 년이나 먼저 개척된 하늘재도, 조선 시대 9개 국도 중 제 4로가 지나는 주요 교통로로, 영남 지방의 관문이었던 조령도 아니다. 바로 거대한 터널로 국도와 고속도로가 하나씩 뚫린 이화령이고, 특히 이화령은 셋 중 유일한 포장도로 고갯길이기도 하다.
역사의 흐름이란 아마도 이런 것인가 보다.
(위 지도에는 얼마 전 사진으로 소개한 예천의 물돌이마을 회룡포도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