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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두령(雲頭嶺) -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해발 1,083m 고갯길 (Revisited 2) - 강원도 홍천군 내면, 평창군 용평면

운두령(雲頭嶺) - 해발 1,083m
N37 42.423 E128 26.649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고개, 운두령은 고갯마루의 표고가 무려 해발 1,083m의 높은 고개로, 행정구역상으로는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과 홍천군 내면을 연결하는 고개이며, 일명 '홍천국도'로 불리는 31번 국도가 지나고 있다. 또한 지리학적으로 남한 제 5위봉인 해발 1,577m 계방산을 끼고 백두대간인 오대산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 위치하고 있다.

이 운두령 고갯마루는 계방산의 산행 기점으로 많이 이용되는데, 고갯마루의 고도가 워낙 높은 탓에 아름다운 설경으로 유명한 계방산을 불과 고도차 5백 미터 이내의 산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나 역시 계방산의 산행 기점으로 이 곳을 찾았으니까.) 고갯마루에는 버스가 다니며, 주차장과 휴게소도 마련되어 있으나, 추운 겨울에는 휴게소가 영업을 하지 않는지 닫혀져 있었다. 운두령은 고도가 높아서인지 평균 기온이 매우 낮아 한여름에도 모기가 살지 않을 정도라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행스럽게 강한 바람이 그닥 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동차를 바람막이 삼아 비박을 하면서 그야말로 모든 것이 - 내가 내뱉는 숨결마저도 - 얼어붙어 버리는 하룻밤을 경험하였다. 완전 냉동창고 안에서 잠자는 기분이랄까. 온도계가 없어 기온을 측정하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너무나 추워서 물 끓이는 일마저도 귀찮았을 정도였다.
한여름에는 환상적인 반딧불이의 군무를 볼 수 있다는 이 곳에서, 겨울철이라 나는 비록 반딧불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야말로 쏟아지는 듯한 웅대한 별무리를 볼 수 있었다. 도대체 여기가 우주의 한 가운데인 것은 아닐까 착각할 정도였다.
날씨가 맑아서 발 밑으로 흐르는 구름도 볼 수 없었으나, 그 대신 하얀 눈이 쌓인 설산들을 배경으로 대단히 크고 화려한 일출을 보았다. 구름이 너무 많은 일출보다는 차라리 맑은 하늘의 일출이 더 멋지기에, 나는 대단히 만족하였다.

계방산 아래 노동리에서 남서 사면 능선을 따라 무려 1천 미터의 높이를 첩첩이 갈짓자로 치고 올라가는 운두령 고갯길을 바라보니 자연의 거대함과 그를 힘껏 개척하는 인간의 위대함이 아울러 느껴져 내 마음을 상당히 소용돌이치게 하였다. 내 자동차에는 체인 등 동계 장비를 갖추지 않았기에 이 고갯길을 오르기 전 제법 걱정을 했었으나, 강원도 대부분의 주요 도로가 그러하듯 러셀(제설 작업)이 말끔하게 잘 되어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특히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이 곳을 찾는 차량도 거의 없어서, 나는 마음껏 저단기어를 넣고 천천히, 혹은 힘차게 고갯길을 오르내리며 산악도로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자전거로 오르기엔 너무 높고 긴 고갯길 같은데, 자동차나 오토바이 투어링을 위해서라면 괜찮은 명소 같다.

참고로 노동리에는 이승복 생가터와 기념관이 있는데, 현재는 영동고속도로 속사 IC 에서 불과 십여 분 거리의 이 곳이 한 때는 무장공비가 내려올 정도로 산간 벽지였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하기사, 눈만 오면 모든 것이 파묻혀 버리는 곳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말이다.


운두령, 계방산 초입에서 서쪽 방향 능선. 주욱 이어지는 하얀 설산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바람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으나, 방한복을 파고드는 추위에 그 무게만은 충분히 느끼고도 남았다.


고갯길은 갈짓자로 휘휘 돌아가며 단숨에 무려 1천 미터를 치고 오른다.
다행스럽게도 급 코너 부분에는 폭을 넓게 해 두어서 밝은 낮이라면 진땀나는 일은 그닥 없을듯 하다.


새벽 6시부터 버스가 다니는 운두령 길은 러셀(제설 작업)이 잘 되어 있어서 오르기는 수월하다.
길이 내뿜는 포스에 걸맞게 난폭하게 오가는 차는 없는 듯 하여, 아마도 느긋하게 오를 수 있다면 이는 즐거운 일일 것이다.


길이 요동칠 때마다 차의 엔진도 위잉하고 요동을 친다. 내 차의 수동기어에 감사해야지.
마치 놀이공원의 놀이기구처럼 슬슬, 혹은 힘차게 고갯길을 오르내린다.


주의(主意) : 조심하라구!
도로의 급 코너에 세워진 안전 반사경 거울이 나에게 힘껏 소리친다.


격하기만 하던 고갯길은 한편으로 순한 모습으로도 나에게 다가온다.
무섭게 닥쳐오던 다운 힐의 코너는 온데간데 없고, 따뜻한 아침 햇살이 뒤덮인 정겨운 숲 길이 나타났다.


계방산 능선에서 바라본 일출.
아침 해는 수줍은 듯 슬쩍 떠오르지만, 그 자태는 늘 위풍당당하기만 하다.


대단히 추웠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의 밤을 선사해 준 운두령 고갯길.
겨울 산행의 즐거움만큼이나 아름다왔던 이 길을 잊기 어려울 것 같다.




by 티티 | 2008/07/15 23:25 | 우리 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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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offeejava at 2007/05/23 10:23
이니셜디에 나오는 도로 같습니다.^^
Commented by 단미 at 2007/05/24 18:04
여행자로 시군요. 부럽습니다. 이것도 이오공감인데...그눔의 추천 어쩌구 하는 바람에 그쪽으로는 통 발길을 끊어 버렸습니다.
Commented by G-Crusader at 2007/06/05 09:53
깊은 산중의 운두령의 코너들이 일부 벤처 운전자들에게 좋은 코너링 연습구간이기도 했지요.^^;;

저도 저길들이 아스팔트 포장되기전부터 돌사이로 헤치면서 다녔던 기억이 있군요.

거의 마지막 남은 비경의 도로였는데...이젠 포장되서 사람들도 많아지겠지요.

운두령 갈때면 항상 이승복 기념관에 들러 묵념도하고...

북한 무장공비의 이승복 어린이살해사건이 났던 시절엔 아마 영동고속도로가 존재하지 않았겠죠?

경부고속도로 처음만든게 70년대 초반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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