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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뱃재-하뱃재 고갯길 (국도 56호선, 강원도 홍천) - Revisited

상뱃재(해발 866m)에서 율전 방면으로 내려오는 길


좌우에 첩첩이 솟은 연봉들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져 멀리 보이는 산 너머까지 까마득히 내려가는 하뱃재 다운힐.
골짜기를 따라 강한 산 바람이 날카로운 울음 소리를 내며 쉴새없이 몰아쳤다.


고갯길만 내려오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한가롭고 평온한 국도가 나타난다.
운두령-상뱃재-하뱃재를 넘고 나니 곧 나타날 솔치재(320m)고개는 체감상 작은 언덕에 불과했다.



강원도 홍천 상뱃재-하뱃재 고갯길.

백두대간(百頭大間) 오대산 산줄기에서 갈라져 나와 한강기맥의 시발점이 되는 산이기도 한 계방산(1577.6m)은 강원도 평창군-홍천군에 접해 있으며, 그 높이로는 남한 제 5위봉에 해당한다. 또한 이 계방산은 내린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며, 함백산을 넘는 만항재 고갯길이 개통되기 전에는 자동차가 다니는 고개로는 가장 높았었던 운두령(1,083m)을 어깨에 걸치고 있어 그 산군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기도 하다. 정말이지 '산의 왕국' 강원도다운 풍모다.

이 계방산 등산을 마치고 운두령에서 서울로 출발, 이번엔 평창군 속사 방향으로 고개를 내려가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코스로 가지 않고 반대인 홍천군 내면 창촌마을 쪽으로 내려가면 이와 같이 세상의 끝과 같은 대단한 고갯길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이 두 고갯길은 홍천군의 창촌-율전 사이를 연결하는 국도 56호선에 걸쳐 있는데, 마치 한 고개인 양 연속으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시작 지점인 운두령이 원래부터 1천 미터급 고개이기 때문에 길 주변의 산들도 그리 평범하지는 않았지만, 위의 두 번째 사진에서처럼 서로 어깨를 바짝 들이댄 높다란 연봉들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지며 한없이 내려가는 풍경이 나타나자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시간대가 그래서 그랬는지 지나가는 차를 거의 만날 수 없었던 때라, 칼같은 강풍이 쉴새없이 몰아치는 이런 캄캄 절벽들 사이에 차를 멈추고 홀로 서 있자니 마치 세상에 문을 닫아걸고 뒤돌아 앉아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운두령 방면에서 내려가는 길은 일단은 내리막이 더 많아 수월한 편이지만, 아마 홍천 쪽에서 하뱃재-상뱃재를 거쳐 운두령으로 오른다고 생각하면 이 인상적인 고갯길은 정말이지 아라리고개로 다가올 것이다. 국도 56호선은 우리 나라에서 전구간 완전히 포장된 국도 노선들 중 가장 마지막에 포장된 도로라 하던데, 지금은 이렇듯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는 이 고갯길이 예전에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지 도대체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고개를 내려와 따스한 봄 햇볕이 한 가득 쏟아지는 쭉 뻗은 한가로운 국도를 슬슬 달리며 주변 마을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는 너무나 쏠쏠했다. 공기도 무척 깨끗하여 시야도 상쾌했다. 산에서 먹지 않고 남은 고구마 양갱을 입에 물고, 몸도 가누기 힘들 만큼 거셌던 계방산의 삭풍에 한껏 차갑게 식은 물도 마셔 가며 달리니 더욱 좋았다. 뒤에서 바삐 가는 차가 따라오면 살짝 길도 비켜 주고, 게으른 바람이라도 된 양 유유자적 달리는 그 기분이란!!




by 티티 | 2008/05/14 12:33 | 우리 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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