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에는 간간이 눈이 쌓여 있는데, 아마도 바람에 다 날아가 겨우 이 정도만 남았을 것이다. 이곳은 남한 땅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곳이다. ![]() 널따란 정상에는 이렇듯 헬리패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곳에 헬리콥터가 올 일이 무슨 일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으나, 깨끗한 공기 덕에 시정은 엄청나게 좋았다. ![]() 계방산은 겨울철 설경 산행지로 이름이 높다던데, 역시 그 이름대로다. ![]() 작년 초 회사 겨울 워크샵에서 휘닉스파크 정상 지점에서 바라봤던 산군들이 바로 이것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 정상에서 좀 쉬면서 뭔가 먹으려고 계획하고 올라왔는데,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 여기서부터 슬슬 고생의 시작. 큰 산이던 작은 산이던, 정상 부근은 무조건 힘들다. 은근하면서도 빠르게 치고 오르기 때문이다. 바위도 많이 노출되어 있고 말이지. 강원도 평창군-홍천군에 걸쳐 있고, 오대산에서 갈라져 나온 계방지맥-한강기맥 산군의 첫 번째 대산인 계방산(桂芳山)은 정상부 높이 해발 1577.4m 로 남한에서는 제 5위급 봉우리에 해당하는 큰 산이다. 그 덕에 주변이 탁 트인 계방산 정상은 이 주변에서는 최고의 전망대라 하며, 또한 이 산에서 발원하는 계방천은 내린천(內麟川)으로 흘러들어 소양강을 따라 한강으로 흘러들어간다. 비록 국립공원으로 더 유명한 오대산의 그늘에 가려 빛이 바래긴 하였으나 이 계방산은 사시사철 약초와 산삼을 찾아드는 약초꾼과 심마니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으며, 주변 지역은 많은 부분 생태계보호지역으로 되어 있다. (입산금지 표지가 많이 붙어 있었다.) 특히 겨울에는 엄청난 적설량으로 설경을 즐기는 산꾼들에게는 이미 이름난 산이라고 한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계방산으로 오는 가장 빠른 방법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횡성-진부-평창을 지나 속사 IC에서 빠져나오면 금방 산 아래쪽에 도착할 수 있다. 또한 이 곳에서 대관령으로 백두대간을 넘으면 바로 강릉이므로 동해 바다를 보러 가는 것도 큰 부담이 없다. 홍천 쪽 국도로 올라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하뱃재-상뱃재-운두령으로 롤러코스터마냥 춤을 추는 엄청난 힐클라임 드라이브를 각오해야 한다. 주변 지역에도 명소가 많다. 오대산 국립공원이 있으며, 그 방향으로 넘어가는 도로를 따라가면 유명한 방아다리 약수와 신약수가 있는데, 이 도로는 겨울철 적설기에는 체인 등 동계 장비 없이는 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예전에 그나마 눈을 좀 치워 두어서 미끄러지면서 간신히 넘어갈 수 있었다.) 산 밑에는 이승복 생가터와 기념관도 있고, 워낙 높기로 유명한 길이자 산행 기점으로 적당한 운두령 고갯길도 있다. 운두령의 밤 하늘은 엄청난 별무리가 쏟아지는 환상적인 곳인데, 내가 보지는 못했지만 여름에는 주변 풀숲에서 반딧불이들이 벌이는 아름다운 군무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고갯마루에는 작은 휴게소와 쉼터도 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문을 닫는 것인지 나는 영업하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 계방산의 최고 장점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자동차 고갯길 중 하나인 운두령(1,083m)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정상 고도가 1,500m 가 넘어 큰 산의 위용을 자랑하는 봉우리이지만, 운두령을 산행 기점으로 하면 체감 고도가 불과 500m 수준의 산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엄연히 1,500m 급 산이므로 산행 준비는 그에 걸맞게 해 주어야 한다. 특히 계방산의 백미라고도 불리는 겨울에는 눈과 강풍, 추위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해야 고생을 덜 할 것이다. 또한, 운두령-정상 구간에는 샘이 없으므로 먹을 물을 준비하는 것도 반드시 잊지 말 것.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서쪽에는 보광 휘닉스파크, 대관령 방향인 동쪽으로는 용평리조트의 스키 슬로프가 보이는데, 주변이 온통 스키장이라는 것은 그만큼 눈이 워낙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바로 2014년 동계올림픽 후보지 지역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산의 허리 라인을 마치 손으로 할퀸 듯한 모습의 풍경은 썩 아름답지는 못했다. 그 안에서 즐거워하는 이들이야 알 수 없겠지만. 운두령에서 오르기 시작하는 코스는 익히 조사한 대로 그렇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으나, 역시 어떤 산이든 정상 부근은 힘이 든다는 사실은 같았다. 전위봉에 해방되는 1492m 봉까지는 약 90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는데, 이 봉우리를 오르기 전 고도차 100m 정도의 구간이 조금 힘이 든다. 일단 전위봉에 오르면 전망이 트이며 계방산 정상부의 능선이 시원하게 바라다 보인다. 또한 계방산 주능선의 뒤쪽으로는 오대산을 중심으로 백두대간의 주릉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파노라마가 시작된다. 바람이 워낙 거센 곳이라 그런지 시야를 가리는 큰 나무들은 별로 없는 편이다. 아무튼 여기서부터 경사면에 눈이 많고 빙판이 나타나므로 조심조심 올라가면 정상은 유유자적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정상의 조망은 지금까지 오른 대가가 너무 적어 황송할 정도로 실로 기가 막힌 수준이다. 다만 내가 올랐을 때에는 둔중한 울음 소리를 내며 삭풍이 쉴새없이 몰아쳤는데, 도대체가 똑바로 서서 균형을 잡는 것도 힘겨울 정도였다. 방풍복을 충분히 갖추어 입고 장갑도 두 겹으로 끼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바람이 한 번만 스쳐가면 손이 시리고 온몸이 덜덜 떨려서 흔들리지 않게 사진들을 찍느라 대단히 애를 먹었다. 그 덕에 날씨도 전망도 너무 좋아서 정상에서 편안히 쉬다 가려는 생각은 깨끗이 접어야만 했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기고 몸을 낮추어 나름 최대한 구경도 한 뒤, 그 바람을 피해 서둘러 줄행랑을 치는 수밖에 없었다. 나 외에도 올라온 사람들은 몇 있었는데, 그들도 어이쿠하고는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기념사진 정도만 찍고는 순식간에 썰물처럼 철수해 버렸다. 계방산에서 오대산 주릉으로 향하는 구간쪽 능선은 무릎 이상 빠지는 눈에 완전히 파묻혀 있어 치열하게 러셀을 해서 길을 뚫지 않고는 도저히 통과가 불가능한 수준. 내 혼자 힘으로는 전혀 도전할 만한 구간이 아니었다. 산을 오르내리는 중간중간에는 눈과 바람이 만들어낸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알파인 스틱 끝의 동그란 스노우 링으로 눈에 꾹 도장을 찍기도 하고, 작은 커니스들을 툭툭 찔러 무너뜨리기도 하며 심심치 않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올라갈 때 내가 만들어 놓은 자국들이 내려올 때에는 그 사이에 바람에 날린 눈에 덮여 희미해져 있는 것도 보았다. 아무튼 나름 신이 나기도 했지만 그놈의 바람만 없었고 버너가 고장나서 아무 것도 못 먹은 것만 아니었다면 더욱 즐거울 뻔 했었다. 물론 그 덕에 여러 가지를 배운 것도 사실이었다. 산행 거리가 짧아서, 운두령 고갯마루에 세워 둔 자동차로 돌아왔을 때에는 아직도 해가 많이 남아 있어 떠나기 아쉬웠다. 그러나 그 덕에 홍천 방향 국도를 따라 멋진 산악 도로 투어를 즐길 수 있었으니, 이 또한 계방산이 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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