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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백산(小白山) - 사람을 살리던 그 산 (Revisited)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 정상 표시석. 해발 1,439.5 미터.
비록 원하는 것들을 모두 얻어가지는 못했으나, 소백산은 생명(生命)의 중요성을 알려 주었다.
소백은 과연 '사람을 살리는 산'이다.


제2 연화봉으로 오르는 길에서, 죽령 너머 영남(嶺南)을 바라보다.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 방면. 길게 중앙고속도로가 달리고 있다.


연화봉-천문대 방향 주능선. 부드럽게 몸을 틀고 있는 백두대간이 손에 잡힐듯 하다.
저 멀리 보이는 부드럽지만 강한 선의 봉우리는 소백의 정상인 비로봉이다.


소백산은 '바람의 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우리 나라에서 가장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능선의 산정은 이렇듯 큰 나무 하나 없는 나지막한 초원으로 되어 있어 마치 공중정원을 연상케 한다.


제 1연화봉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능선. 해발 천 사백미터 정상이 코앞이다.
넉넉한 능선의 풍경이 내 마음마저 편하게 한다... 라고는 하지만 이때 나는 오래 전 물이 바닥이 난 상태였다.


비로봉 바로 아래쪽 능선의 주목관리소 건물. 널따른 초원 위에 그림같이 지어진 통나무 집이었다.
이곳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역시 물은 없었다.


비로봉-국망봉으로 계속 이어지는 백두대간. 국망봉은 신라 멸망 당시 태자였던 마의태자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봉우리이다.
한국 육산 특유의 부드러운 산악미의 결정체인 연화봉-국망봉 구간은 봄철에는 엄청난 철쭉과 야생화 군락지대로,
대단히 아름답다고 한다.


여태 걸어온 죽령-연화봉-비로봉 능선. 너무나 넉넉하고 아름답다. 멀리 천문대 건물도 보인다.
그러나 극심한 가을 가뭄으로 해발 천 삼백미터 이상의 산정에는 물이 전혀 없었고,
나는 완전 눈앞이 노래진 상태로 거의 이틀간 내륙의 사막을 헤매며 극심한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를 속세로 무사히 돌려보내 준 소백산에게 감사해야지.


마지막으로, 연화봉 능선에서 바라본 소백산 비로봉.
해발 1,439.5 미터. 부드럽지만 힘있는 능선이 아름답다.




소백산(小白山)
정상 : 비로봉 (毘盧峰), 해발 1,439.5m
(N36 57.489 E128 29.034)

백두대간 죽령(竹嶺)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산군이 시작되는 소백산은 일명 '바람의 산'으로도 불리며,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육산으로 그 은은하면서도 힘있는 맥을 도도하게 이어가 남한 땅의 지붕과도 같은 강원도 태백까지 이르게 된다. 재미있게도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의미와는 달리, 소백산은 비록 정상부의 고도는 태백산보다 낮지만, 체감 크기는 몇 배는 더 크게 느껴지는 산이다.

죽령에서 소백산을 올라 제2연화봉(第二蓮花峰)에 이르러 비로소 태백으로 이어지는 소백산군을 조망할 수 있게 되었을 때면, 둥글둥글한 산군들이 첩첩이 이어지는 가장 뒤쪽으로 유난히 쭉 뻗은 선을 지닌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 봉우리가 바로 소백산의 정상, 해발 1,439미터 비로봉(毘盧峰)이다. 소백은 '바람의 산'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소백산 비로봉 위에는 우리 나라에서 몇째 가는 강한 바람이 분다고 하는데, 내가 올랐을 때에는 단지 은은한 바람만이 불고 있었다.
비로봉 주변에 펼쳐진 널따란 능선에는 에델바이스를 비롯한 야생화가 만발하는 지역이라고 하며, 주목 군락지도 넓게 펼쳐져 있다. 특히 비로봉에서 마의태자가 나라(신라)를 잃은 수치심에 한 장 마의만을 입고 숨어 지냈다는 국망봉까지 이어지는 긴 능선은 해마다 봄이면 철쭉이 만개하여 한국의 산이 펼쳐 내는 아름다운 능선미의 진수를 보여 주는 곳이기도 하다.

비로봉의 이름인 비로(毘盧)란, 불교에서 가장 근본적인 부처님인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을 말한다. 비로자나불이란 단지 지식에 의해 세상을 파악하지 않고 완전한 진실 그대로 인간과 자연을 보는 부처님, 진리 그 자체인 부처님을 말하는 것으로, 법신불(法身佛)이라고도 부른다. 불교에서 법신은 모든 것의 중(中)이며,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근원'으로 일컬어진다.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속성을 한데 모아 놓은, 그러나 그 자체는 어떠한 속성도 지니지 않은 '비-존재'인 것이다. 또한 삼라만상은 결국 이 법신의 현상이며 법신의 영역이 되는 것이라 한다. 법신은 스스로 자기 근원에 머무를 수도 있으나 스스로의 현상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그 현상이 바로 세계이며 우주이고, 우리의 근원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 걸맞게 비로봉의 힘있는 자태는 주변 산들을 크게 압도하면서도, 크게 튀지 않고 넉넉한 군자처럼 그들을 포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진정한 진리를 터득한 자는 늘 겸손하게 뒤로 물러나면서도 스스로 충분히 빛나는 것이라는 뜻일까.

우리 나라의 산에는 불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이름이 많다. 특히 2천 년 전, 새롭게 개척된 큰 고개인 죽령을 통해 비로소 신라로 고구려의 불교가 전해졌다고 하는데, 이 소백산의 정상에 비로봉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렇게 불교 문화의 통로가 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소백산은 또한 '사람을 살리는 산'으로도 불리는데, 나는 지지난해 가을 정말이지 그 사실을 충분히 느끼고도 남았다. :)



by 티티 | 2008/05/14 12:25 | 우리 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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