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style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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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한 번이라도... - 외딴 곳의 밤 (Revisited)
회룡포와 물돌이가 내려다보이는 회룡대 정자에서.
밝은 달과, 아늑한 밤 바람. 주변에 가득한 자연의 소리, 그리고 새벽 별빛.
나는 이 곳에서 비로소 자연의 한 복판에서 홀로 보내는 밤의 진짜 모습을, 아름다움을 보았다.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대은리.


단양 온달산성. 오래 전에 잊혀진 옛 성벽 위에 막 떠오른 초생달.
천 년도 더 전, 이 곳에 샘물이 솟아났고 병사들이 주둔해 있을 때에도 달은 변함없이 이렇게 떠 있었을 것이다.
 우물은 메워졌고, 병사들은 간 곳 없지만, 낡은 성벽만은 그대로 남았다.
인간의 시간과, 세상의 시간의 폭은 이렇게도 다르다.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하리.


온달산성의 동북쪽 성벽 위에서 본 단양군 영춘면의 야경과 남한강 상류.
내 눈앞을 흘러가는 저 강물은 이틀 쯤 후에 서울의 한강을 지나간다고 한다.
강이 흘러오는 아득한 저 산 너머는 강원도 영월(寧越)로, 조선 시대 단종이 유배되었던 곳이다.

아무튼 그들의 세상은 저 아래 밝은 곳에, 나는 이 곳, 나만의 세계에.




"만일 한 번이라도 한데서 밤을 새워 본 일이 있는 분이라면,
사람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에는 또 다른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적막 속에 눈을 뜬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때, 샘물은 훨씬 더 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연못에는 자그마한 불꽃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온갖 산신령들이 거침없이 오락가락 노닐며, 마치 나뭇가지나 풀잎이 부쩍부쩍 자라는 소리도 들리는 듯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들,
그 들릴 듯 말듯 한 온갖 소리들이 일어납니다.

낮은 생물들의 세상이지요. 그러나, 밤이 오면 그것은 물건들의 세상이랍니다. "


알퐁스 도데 (Daudet, Alphonse, 1840.5.13 ~ 1897.12.16),
단편 '별 (Les étoiles)'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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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홀로 보내는 밤은 너무나 아름답다.

한 조각 육신에 의지해 모든 세상을 한꺼번에 마주한다는 일은 처음에는 무섭고 두렵다. 작은 바람 소리 하나에도 가슴이 철렁하며 몸을 떨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한 메시지처럼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내 자신의 심장 박동과 숨 소리 하나하나까지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 곳에서, 거대한 자연의 변화들이 시시각각으로 나를 감싼다.
우주 속의 한 존재로서 내가 당당히 살아 있음을 비로소 느끼게 해 주는 그 시간은, 다음 날 아침에 눈부시게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할 때 실로 진짜 가치를 드러낸다.


끝난 것이 비로소 끝나지 않은 것으로 이어지는, 바로 거대한 사이클.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을 터이다.



by 티티 | 2008/07/06 06:36 | 우리 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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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에린지움 at 2007/06/10 21:22
시골집에서 툇마루에 앉아 지새웠던 밤이 생각나는군요. 도시의 밤 밖에 모르던 저에게 그렇게 모든게 살아있는 밤은 신선했었습니다.
Commented by 티티 at 2008/07/06 06:34
그렇습니다 :)
Commented by G-Crusader at 2007/06/11 10:24
음 회룡포...사진만 봐도 너무 머진 속 같더군요.

언제가 한번 방문해야지하고 다짐하던곳이군요.

Commented by 티티 at 2008/07/06 06:35
좀 멀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만 빼면... 좋은곳입니다. 밤의 앞과 뒤쪽 짧은 시간에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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