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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폐허, 시간의 흐름
포크레인 한 대가 집을 모두 헐어 버렸다.


설 연휴 전 마지막 주말, 설 장을 보기 위해 나와서 잠시 서초동의 옛 집에 들렀다. 근방에서도 매우 오래된 건물이었던 이 집은 얼마 전 재건축을 시작하면서 오늘로 모두 헐려 버렸다. 내가 이 집으로 이사했던 것은 벌써 10년 전 일로, 실제로 살았던 기간은 대략 5년 정도, 20대 중후반의 기간이었다. 이 집에 살면서 내게 일어났던 일들도 참으로 많았다.

과거 포이동의 그 장소 이후로, 내가 살았던 장소의 두 번째 폐허를 바라보는 나의 감흥은 딱히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겠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포이동의 폐허는 내가 영원히 돌아가지 못할 장소였다는 것이고, 지금의 이 폐허는 불과 몇 달 후면 새로운 장소가 되어 다시 돌아와야 할 곳이라는 사실이다.
두 번의 폐허를 만들어 낸 2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대통령은 네 번이나 바뀌었고 세상도 확실히 변하였다. 나 역시 많이 변하였다. 이곳에서 지금 나의 삶을 확실히 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집을 떠나올 그 때만 해도 나는 사실상 소년에 가까왔었다고 생각된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의 큰 줄기들 중 하나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역사라는 것은 아마도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작은 줄기들을 한데 모은 큰 다발일 것이다.
무에서 창조되는 유는 없다. 많은 것들이 시간이 가면서 사라지지지만, 또 그것들을 바탕으로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
죽어도 죽지 않고 영원히 그 회전을 거듭하는 것이 바로 시간일 테지.
나 역시 그저 시간의 일부다. 


by 티티 | 2008/02/02 20:06 | 스토리 in my Mind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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