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 말구릿재(마전치) - 충주 하늘재로 이어지는 옛 고갯길. 이 길은 삼국 시대 이래로 이어져 내려오는 오래된 백두대간의 통로였다. 그러나 고려시대부터 지도 좌측 하단에 보이는 새재 고갯길에 주전 선수 자리를 내 주었다. ![]() 점촌 시외버스 터미널. 문경시청이 있는 문경시의 중심지는 문경읍이 아니라 점촌이다. 문경-점촌-함창을 합해 문경시로 통합되었던가 아마 그럴 것이다. ![]() 점촌에는 앞서 소개한 점촌 시외-고속버스 터미널이 있지만, 시내버스는 옛 터미널에서 따로 출발한다. 택시를 타고 움직여야 할 만큼 두 터미널간의 거리는 다소 떨어져 있다. 이 곳에서도 새재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지만 문경읍에서 출발하는 버스보다 30분 더 걸린다. 다만 문경읍과 달리 점촌은 시외버스가 서울에서 더 자주 연결되기 때문에 이 곳을 경유하는 것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 빨간 색 줄이 없으니 완행이겠지? 이 때는 이 사실을 몰랐었다. ![]() 아침 햇살이 제법 따가왔다. ![]() 가는 도중에 오래된 옛 절인 김룡사 가는 길 표지도 볼 수 있다. 버스는 바로 돌아 나가지 않고 한참 기다려서 출발하는 것 같았다. 갈평리는 인적도 드물고 매우 조용한 시골 동네였다. ![]() 물을 뜰 때 옆에서 어린 아이를 업고 계셨던 할머니께서 이방인인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셨다. 이 물이 아주 좋은 물이라고, 마음껏 떠 가서 마시라 하셨다. 우리 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고 하지만, 그래도 어딜가나 시골의 물 인심은 전혀 인색하지 않다. 설사 가뭄이 심해 동네 집마다 물을 나누어 떠서 쓰는 경우라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인들은 먹고 마시는 것에 있어서는 예로부터 인색하지 않고 넉넉한 민족이다. ![]() 짧게 이어졌던 마을 길 콘크리트 포장은 끝나고, 작은 자갈로 포장된 비포장 도로가 나타났다. 고갯길 입구에는 이렇게 큰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서 방문객을 맞아 주고 있다. ![]() 최근 길을 넓히는 공사를 한 것 같았는데, 덕분에 운치는 다소 떨어졌다. 주변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아름답게 들었다. 저 멀리 말구릿재 고개 (움푹 들어간 지형) 가 보인다. ![]() 은은한 바람에 억새가 흔들리는 길 주변의 풍경은 정말로 한가로왔다. ![]() 데굴데굴 굴러떨어진 말에게는 미안하지만... 커다란 역사적 의미가 붙은 지명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갯길의 주변 풍경도 마냥 한가롭다. 끝 단풍철이라 더 그런가. ![]() ![]() ![]() 이 지역은 침엽수림에서 활엽수림으로, 숲의 천이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잎이 더 넓은 활엽수는 얇은 잎의 침엽수보다 적은 햇빛을 받아도 생존력이 강하여, 이렇게 침엽수림의 그늘에서 서서히 자라 올라 결국엔 침엽수들을 밀어내게 된다. 자연이란 정말이지 돌고 도는 것이다. ![]() ![]() 하늘재는 계립령이라는 이름으로, 삼국사기에 어엿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무려 2천 년 전, 백두대간에 처음으로 열린 통로로 영남과 중원을 연결한 고갯길이라고 한다. 신라가 고구려를 밀어내며 한강유역(중원)으로 진출하기 위한 중요 통로였을 것이다. 이 곳에서 바라본 하늘재는 정말로 하늘로 오르는 길인 듯, 그 아련함을 이루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좌측의 큰 산들은 주흘산 능선, 그 뒤가 문경새재이다. 우측의 위풍당당한 바위산은 포암산(베바우산)으로, 널찍하게 펼쳐진 바위들이 마치 삼베를 펼쳐 놓은 듯 하다 하여 베바우(위)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포암산부터는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한다.) ![]()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라면 역시 늘 푸른 소나무인데, 과거 산의 벌채가 심해 많은 곳이 민둥산이 되자, 보통의 소나무보다 빨리 자라는 이 나무를 전국의 산에 심었다고 한다. 소나무의 푸른 빛은 그 덕에 다소 숨어들었고, 산의 풍경이 울긋불긋해졌기도 하다. ![]() 멋진 푸른 소나무였다. 몇 년이나 이 곳에 서서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바라봤을까. 아무튼 한국은 기품있는 청송이 제일이다. ![]() 이 근처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던데, 마침 좋은 구경거리를 만났다. ![]() 망원 렌즈로 가까이 당겨 잡아 보았다. ![]() ![]() ![]() ![]() 전형적인 시골 버스 정류소의 모습이다. ![]() 저 다리를 건너가면 말구릿재를 넘어가는 방향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길이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쭉 뻗은 도로를 따라가면 단양군의 영춘까지 갈 수 있다. 그곳은 강원도의 입구로, 온달산성이 있는 곳이다. (예전에 가 봤던 곳) ![]() 가을이어라. ![]() ![]() ![]() 나는 모퉁이를 돌아 관음리, 하늘재 쪽으로 걸어간다. ![]() 한창 사과를 수확하고 있었다. ![]() ![]() 백두대간의 유서깊은 고개, 하늘재는 고갯마루를 경계로 남쪽은 관음리, 북쪽은 미륵리다. 문경에서 하늘재를 넘으면, 현세에서 미래로 넘어가는 의미가 있는 셈으로, 하늘재 고개에는 참 오묘한 면이 많다. 신라인들에게는 고개너머 고구려의 중원(충주) 땅이 정말 동경의 대상이었나 싶기도 하다. 도로교통 사정이 나빴던 그 시절에는 자연의 장벽이 주는 차단감이 지금과는 정말 많이 달랐으리라. ![]() 경사가 급하고 산세가 험해지면 나만 숨차는 것이 아니라 길도 구불구불 요동을 친다. 은근히 치고 오르던 하늘재 길은 이렇게 굽이굽이 휘돌아갔는데, 모퉁이 하나마다 기대감이 달랐다. 이 곳 관음리에는 도자기 공방이 많아서, 가끔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 이 버섯의 이름은 뭘까. ![]() 대부분의 큰 산 아래에서는 버섯과 과일, 인삼 농장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물도 풍부하고, 산이 적당히 서늘하고 건조한 환경을 제공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 ![]() 색도 풍경도 너무나 한국적이다. ![]() 문경 쪽, 관음리 길은 이렇듯 말끔히 포장이 되어 있다. 차로 가기에는 좋지만, 다소 삭막하기도 하다. ![]() 잔잔한 바람까지 정말 아늑하고 편안한 기분. ![]() 고개는 만남과 헤어짐이, 연결과 단절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으로,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과 한이 서려 있는 매우 독특한 장소이다. 고갯길 답사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마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듯 누군가의 옛 일들을 상상해 보는 데에 있다. 길 주변의 작은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 그리고 집 한 채에도 어딜가나 이야기 보따리. ![]() 산 좋고 물 좋고 바람 좋은 자리에 들어온 것은 좋은데... 홀로 천상천하 유아독존하지 말고 주변 풍경과 좀 조화롭게 지내는 센스를 발휘해보면 어떨까. ![]() 해는 서서히 서산으로 기울어간다. ![]() ![]() 이것으로 무려 네 번째 방문. ![]() 이곳에는 물이 나오고, 식사를 할 수도 있다. 간단한 카페 역할도 하고 있는데, 일년내내 열지는 않는 것 같다. ![]() 사람들의 흔적 남기기. 여기는 2천 년간 사람들이 오간 고갯마루다. 2천 년이라니, 내 상상력으로도 그간의 긴 세월을 도대체 거슬러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 슬레이트 지붕과 양철 파이프가 정겹다. ![]() 여기서부터는 미륵리다! 미래로, 미래로! ![]() 오르내리는 데 두 시간이면 떡을 칠 정도이고, 힘들지도 않다. 이보다 더 아늑하고 여유로운 고갯길을 아직은 보지 못했는데,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장벽인 백두대간에 이런 길이 있다니 정말로 불가사의하다. ![]() 오후의 석양으로 더욱 아름답다. ![]() 미륵리에 거의 다 내려오자 해가 지기 시작했다. 거의 15킬로미터를 걷는 여정이었지만 썩 피곤하지가 않았다. 언제 또 다시 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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