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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말구릿재-충주 하늘재 답사 (2007.11)
문경 말구릿재(마전치) - 충주 하늘재로 이어지는 옛 고갯길.
이 길은 삼국 시대 이래로 이어져 내려오는 오래된 백두대간의 통로였다.
그러나 고려시대부터 지도 좌측 하단에 보이는 새재 고갯길에 주전 선수 자리를 내 주었다.


점촌 시외버스 터미널.  문경시청이 있는 문경시의 중심지는 문경읍이 아니라 점촌이다.
문경-점촌-함창을 합해 문경시로 통합되었던가 아마 그럴 것이다.


지난 번 새재 답사 포스트에도 나왔던 문경여객 버스.
점촌에는 앞서 소개한 점촌 시외-고속버스 터미널이 있지만, 시내버스는 옛 터미널에서 따로 출발한다.
택시를 타고 움직여야 할 만큼 두 터미널간의 거리는 다소 떨어져 있다.
이 곳에서도 새재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지만 문경읍에서 출발하는 버스보다 30분 더 걸린다.
다만 문경읍과 달리 점촌은 시외버스가 서울에서 더 자주 연결되기 때문에 이 곳을 경유하는 것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연료를 공급받고 있는 시내버스. 어딘가 정겨운 모습이다.
빨간 색 줄이 없으니 완행이겠지? 이 때는 이 사실을 몰랐었다.


출발을 기다리는 시내버스 안에서.
아침 햇살이 제법 따가왔다.


마전령 입구 종점인 갈평. 문경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45분 정도 걸리는 제법 떨어진 곳이다.
가는 도중에 오래된 옛 절인 김룡사 가는 길 표지도 볼 수 있다.
버스는 바로 돌아 나가지 않고 한참 기다려서 출발하는 것 같았다.
갈평리는 인적도 드물고 매우 조용한 시골 동네였다.


동네 마을회관 옆의 수도꼭지에서 물통에 오늘 하루 쓸 식수를 받고 고개 입구를 찾아나섰다.
물을 뜰 때 옆에서 어린 아이를 업고 계셨던 할머니께서 이방인인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셨다.
이 물이 아주 좋은 물이라고, 마음껏 떠 가서 마시라 하셨다.

우리 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고 하지만, 그래도 어딜가나 시골의 물 인심은 전혀 인색하지 않다.
설사 가뭄이 심해 동네 집마다 물을 나누어 떠서 쓰는 경우라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인들은 먹고 마시는 것에 있어서는 예로부터 인색하지 않고 넉넉한 민족이다.


고개 입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짧게 이어졌던 마을 길 콘크리트 포장은 끝나고, 작은 자갈로 포장된 비포장 도로가 나타났다.
고갯길 입구에는 이렇게 큰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서 방문객을 맞아 주고 있다.


말구리재 도로. 원래는 이렇게 쾌적한 길이 아닌 오솔길이었겠지만...
최근 길을 넓히는 공사를 한 것 같았는데, 덕분에 운치는 다소 떨어졌다.
주변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아름답게 들었다.
저 멀리 말구릿재 고개 (움푹 들어간 지형) 가 보인다.


잠시 남쪽을 바라본 모습. 갈평리 쪽은 상당히 첩첩산중의 풍경이다.
은은한 바람에 억새가 흔들리는 길 주변의 풍경은 정말로 한가로왔다.


말구릿재는 과거 소금을 싣고 수레를 끌어 고개를 오르던 말이 굴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데굴데굴 굴러떨어진 말에게는 미안하지만... 커다란 역사적 의미가 붙은 지명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갯길의 주변 풍경도 마냥 한가롭다. 끝 단풍철이라 더 그런가. 



아름다왔던 단풍. 백두대간에 가까와지는 산줄기지만, 전혀 험난한 기색이 없고 여유롭다.


서서히 치고 오르는 고갯길. 이제부터는 진짜 고갯길이다.


쭉쭉 뻗어 올라간 나무들. 아래쪽의 나무들은 침엽수가 아니라 활엽수다.
이 지역은 침엽수림에서 활엽수림으로, 숲의 천이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잎이 더 넓은 활엽수는 얇은 잎의 침엽수보다 적은 햇빛을 받아도 생존력이 강하여,
이렇게 침엽수림의 그늘에서 서서히 자라 올라 결국엔 침엽수들을 밀어내게 된다.
자연이란 정말이지 돌고 도는 것이다.



첫번째 고갯마루, 말구릿재 정상에 거의 다다르다.


말구릿재 정상부에서 바라본 백두대간의 산줄기와 하늘재 고갯길. (저 앞의 움푹 들어간 곳이 바로 하늘재이다.)
하늘재는 계립령이라는 이름으로, 삼국사기에 어엿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무려 2천 년 전, 백두대간에 처음으로 열린 통로로 영남과 중원을 연결한 고갯길이라고 한다.
신라가 고구려를 밀어내며 한강유역(중원)으로 진출하기 위한 중요 통로였을 것이다.

이 곳에서 바라본 하늘재는 정말로 하늘로 오르는 길인 듯, 그 아련함을 이루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좌측의 큰 산들은 주흘산 능선, 그 뒤가 문경새재이다. 우측의 위풍당당한 바위산은 포암산(베바우산)으로,
널찍하게 펼쳐진 바위들이 마치 삼베를 펼쳐 놓은 듯 하다 하여 베바우(위)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포암산부터는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한다.)


주변의 나무들. 이깔나무가 많다. 이깔나무는 낙엽송이라고도 불리는 나무로. 울긋불긋 낙엽이 지는 침엽수의 일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라면 역시 늘 푸른 소나무인데, 과거 산의 벌채가 심해 많은 곳이 민둥산이 되자,
 보통의 소나무보다 빨리 자라는 이 나무를 전국의 산에 심었다고 한다.
소나무의 푸른 빛은 그 덕에 다소 숨어들었고, 산의 풍경이 울긋불긋해졌기도 하다.


말구릿재를 내려오는 길에 서 있던 또다른 큰 나무. 가지들이 길에 그늘을 드리웠다.
멋진 푸른 소나무였다. 몇 년이나 이 곳에 서서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바라봤을까.
아무튼 한국은 기품있는 청송이 제일이다.


하늘을 가득 수놓은 패러글라이더들.
이 근처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던데, 마침 좋은 구경거리를 만났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뒤로 하고 지면에 가가이 내려온 패러글라이더.
망원 렌즈로 가까이 당겨 잡아 보았다.


주흘산 방향으로 천천히 하강중인 패러글라이더.


어느 사이 고갯길은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이 곳도 갈평리이다.


길가 풀밭에서 풀을 뜯고 있던 흑염소 가족.


말끔한 도로변의 버스 정류소.
전형적인 시골 버스 정류소의 모습이다.


마을 이름 표지석에 자그마하게 '마전령 고갯길'이라 써 있다.
저 다리를 건너가면 말구릿재를 넘어가는 방향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길이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쭉 뻗은 도로를 따라가면 단양군의 영춘까지 갈 수 있다.
그곳은 강원도의 입구로, 온달산성이 있는 곳이다. (예전에 가 봤던 곳)


한아름씩 수확해 묶어 놓은 참깨들.
가을이어라.


도로변의 작은 개울.


하얀 억새가 만발한 물가로 햇살이 눈부시게 떨어졌다. 


좌측은 단양 방향, 우측은 지난 번 새재 답사 때 봤던 3번 국도, 문경새재 방향.
나는 모퉁이를 돌아 관음리, 하늘재 쪽으로 걸어간다.


하늘재로 다가가는 관음리 길 옆에는 과수원들이 많았다.
한창 사과를 수확하고 있었다.


길옆의 개천. 수량이 부족하지 않아 보였다.


'관음'은 불교에서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데, 이와 반대되는 세계를 뜻하는 표현이 바로 '미륵'이다.
백두대간의 유서깊은 고개, 하늘재는 고갯마루를 경계로 남쪽은 관음리, 북쪽은 미륵리다.
문경에서 하늘재를 넘으면, 현세에서 미래로 넘어가는 의미가 있는 셈으로, 하늘재 고개에는 참 오묘한 면이 많다.
신라인들에게는 고개너머 고구려의 중원(충주) 땅이 정말 동경의 대상이었나 싶기도 하다.
도로교통 사정이 나빴던 그 시절에는 자연의 장벽이 주는 차단감이 지금과는 정말 많이 달랐으리라.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올까.
경사가 급하고 산세가 험해지면 나만 숨차는 것이 아니라 길도 구불구불 요동을 친다.
은근히 치고 오르던 하늘재 길은 이렇게 굽이굽이 휘돌아갔는데, 모퉁이 하나마다 기대감이 달랐다. 
이 곳 관음리에는 도자기 공방이 많아서, 가끔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나무에 붙어있는 색색이 버섯들.
이 버섯의 이름은 뭘까.


통나무를 잔뜩 쌓아놓았는데, 버섯 재배용일 것이다.
대부분의 큰 산 아래에서는 버섯과 과일, 인삼 농장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물도 풍부하고, 산이 적당히 서늘하고 건조한 환경을 제공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포암산. 실제 바라보게 되면 상당히 개성이 넘치면서도 당당한 산이다.


마당 한 구석에 줄줄이 곶감을 이어 말린다. 맛있어 보인다.
색도 풍경도 너무나 한국적이다.


하늘재로 다가가는 길.
문경 쪽, 관음리 길은 이렇듯 말끔히 포장이 되어 있다.
차로 가기에는 좋지만, 다소 삭막하기도 하다.


길 주변에 억새군락이 오후의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잔잔한 바람까지 정말 아늑하고 편안한 기분.


하늘재 고갯마루로 다다가다 뒤를 돌아보니 저 뒤로 내가 지나온 말구릿재가 보였다. (움푹 들어간 곳.)
고개는 만남과 헤어짐이, 연결과 단절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으로,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과 한이 서려 있는 매우 독특한 장소이다.

고갯길 답사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마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듯 누군가의 옛 일들을 상상해 보는 데에 있다.
길 주변의 작은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 그리고 집 한 채에도 어딜가나 이야기 보따리.


포암산 아래에 만들어진 종교 명상센터.
산 좋고 물 좋고 바람 좋은 자리에 들어온 것은 좋은데...
홀로 천상천하 유아독존하지 말고 주변 풍경과 좀 조화롭게 지내는 센스를 발휘해보면 어떨까.


제법 걸어왔더니 고갯마루가 얼마 안 남았다.
해는 서서히 서산으로 기울어간다.


바위가 널따랗게 펼쳐진 포암산. 와우! 정말 가까와졌다.


하늘재 고갯마루의 하늘재 산장. 벽을 따라 담쟁이 덩쿨이 자란다.
이것으로 무려 네 번째 방문.


하늘재산장은 백두대간에 좀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는 물이 나오고, 식사를 할 수도 있다.
간단한 카페 역할도 하고 있는데, 일년내내 열지는 않는 것 같다.


산장 벽에 걸어 둔 기념 표지기들.
사람들의 흔적 남기기. 여기는 2천 년간 사람들이 오간 고갯마루다.
2천 년이라니, 내 상상력으로도 그간의 긴 세월을 도대체 거슬러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연기를 내보내는 하늘재 산장 건물의 굴뚝.
슬레이트 지붕과 양철 파이프가 정겹다.


충주 방향 하늘재 고개 입구.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아늑한 하늘재 숲길이 눈앞에. 
여기서부터는 미륵리다! 미래로, 미래로!


미륵리 쪽 하늘재 고갯길은 그 유서깊은 역사에 걸맞게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선에 당당히 들 만큼 넉넉함과 품위를 갖추고 있다.
오르내리는 데 두 시간이면 떡을 칠 정도이고, 힘들지도 않다.
이보다 더 아늑하고 여유로운 고갯길을 아직은 보지 못했는데,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장벽인 백두대간에 이런 길이 있다니 정말로 불가사의하다.


아아... 사계절 언제 와도 새롭고 아름다운 하늘재 길.
오후의 석양으로 더욱 아름답다.


미륵리에 거의 다 내려오자 해가 지기 시작했다.
거의 15킬로미터를 걷는 여정이었지만 썩 피곤하지가 않았다.
언제 또 다시 오게 될까.





by 티티 | 2008/03/05 01:23 | 우리 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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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솔바람 at 2008/03/06 17:33
말구릿재라는 명칭도 재미있지만, 하늘재를 경계로 관음리와 미륵리가 있다니.. 현재에서 하늘을 넘어서면 미래라... 심오하네요. ^^
Commented by 박경윤 at 2008/08/13 16:09
넘~좋은 여행일지라 제가 퍼가겠습니다. 저는 문경시 문화관광해설사 박경윤 입니다.저희 카페에 글올려 좋은자료로 활용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티티 at 2008/08/14 23:15
반갑습니다~ 문화관광해설사라니...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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