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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全州) - 전라도의 관문
멋진 팔작 기와지붕이 올려진 호남고속도로 전주 IC 톨게이트. 한눈에 굉장해보이는 한글 편액까지 걸려 있다.
이 지붕은 비록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지만, 전통과 예향(藝鄕)의 도시 전주의 입구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궁궐 건축과도 같은 다포양식, 하얀 지붕마루들과 용마루 끝 취두, 추녀의 잡상들까지, 정말이지 그럴듯하다.


톨게이트에 진입할 때 보여지는 모습.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고속도로 톨게이트 중 유일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양식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우뚝 솟은 하이패스 전용 게이트가 새로이 추가되면서 다소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 전주 톨게이트를 나오면 월드컵 경기장이 나오고, 뒤이어 이 관문이 나타난다.
이 문은 이곳 전주가 호남(전라도)으로 드는 관문이라는 뜻으로, 영남 김천에는 이와 유사한 영남제일문(嶺南第一門)이 세워져 있다.


호남제일문은 팔작지붕에 사찰의 일주문(一柱門)과 같은 다포양식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금단청이 칠해져 있다.
우람한 편액이 걸려 있고 이렇게 밤에는 경관조명도 켜놓는다. 또한 단지 장식 구조물만이 아니라 보도육교로도 사용되고 있다.
(아쉽게도 이 문 역시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다.)



나의 부모님의 고향이기도 한 전라도(全羅道) 지역은 고려 현종 9년에 행정구역으로 설치된 기록이 있으며, 우리나라 땅의 서남부 지역을 말한다. 이 지역은 '호수의 남쪽'이라는 의미인 호남(湖南), 혹은 남도(南道)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저수지라 알려진 김제 벽골제(碧骨堤)의 남쪽 땅이라는 의미이다. (금강의 옛 이름인 호강(湖江)의 남쪽 땅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호남 지역은 위쪽으로는 금강, 동쪽으로는 백두대간과 접하여 자연적인 경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남쪽과 서쪽은 바다와 접해 있다. 특히 정읍-김제 지역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평야가 넓게 펼쳐진 지역으로, 누구나 어릴 때부터 이 지역이 한국의 최대 곡창(穀倉)이라 배웠던 기억이 날 것이다. 호남이라는 명칭의 유래가 된 김제 벽골제 역시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인공 저수지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최초의 농업용 관개 저수지가 생길 만한 이 곳이 어떤 형태의 땅인지 대략 유추할 수가 있다.

전라도의 지리적 구조를 표시한 산줄기 지도. 주요한 산줄기와 각 지역의 주요 거점도시들을 표시하였다.
산줄기를 표시하면 강줄기는 자연히 드러나며, 지역 간 연관성을 해석하는 주요한 열쇠가 된다.


전라도는 백두대간의 지리산-덕유산 사이의 산인 영취산에서 갈라져 나온 금남정맥, 호남정맥의 산줄기로 인해 동서로 크게 2등분되며, 바다에 접한 서쪽은 주로 평야지대로 전라좌도라 불리며, 동쪽은 산악지대로 전라우도라 불린다. 전라좌도는 전주, 김제, 고창, 부안, 광주, 나주, 목포 등이며, 주로 기후가 온화한 농경지역이다. 전라우도에서 북쪽 지역에서 금남-호남정맥이 갈라지기 전인 금남호남정맥과 백두대간 사이에 갇혀 있는 무주-진안-장계 지역은 험준한 산악지대로, 이 세 곳을 일컬어 '무진장'이라고 부른다. 전라우도의 남쪽 지역은 임실, 순창, 담양, 구례, 곡성, 보성, 남원, 순천 등이다.
이렇듯 전라도는 자연적으로 바다, 널따른 평지, 산악지형이 모두 갖추어진 지역으로써, 폭 넓은 조건에서 나는 다양한 산물이 있어, 이러한 풍부함을 바탕으로 이 지역에는 예로부터 맛과 멋, 풍취와 예술이 깃든 문화가 폭넓게 발달하였다. '음식맛' 하면 역시 전라도라는 말도 있고, 판소리를 비롯해 한국의 전통 예향(藝鄕)의 주축이 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것 역시 자연의 장벽이 자연스럽게 그 스타일을 나누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전라좌도의 판소리를 서편제, 우도의 판소리를 동편제라고 부른다.)

서울에서 남쪽으로 충청도에 접어들어 차령(車嶺)을 넘어 금강(錦江)을 건너면 비로소 전라도로 들게 된다. 이 때 첫 번째 만나게 되는 관문도시는 바로 전주(全州)이다. 전주는 과거 통일신라 시대 완산주(完山州)로 불렸던 땅이었으며, 훗날 오늘과 같은 이름으로 개명되었다. 후삼국 시대에는 견훤이 이 곳에 도읍을 정하고 후백제를 건국한 내력이 있다.
전주에서 동쪽으로 접한 금남정맥을 넘으면 무주-진안-장계, 남동쪽으로 호남정맥을 넘으면 남원, 순창, 곡성. 또한 김제-정읍의 평야지대를 지나 남쪽으로 노령(갈재)을 넘으면 광주, 목포가 된다. 또한 예로부터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전주에는 호남의 주요 도로망이 집중되어 있어서, 서울에서 호남으로 들고 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전주 땅을 거쳐야만 했다. 말 그대로 호강의 첫번째 남쪽 땅인 전주는 호남의 관문 도시였던 것이다.

나 역시, 전라도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주를 거치게 되어 있어서, 비록 머무르는 도시는 아니라도 무척이나 자주 들르게 되고 애착을 갖고 있는 도시이다. (전라도로 진입해 전라도에서 나오려면 전주를 두 번이나 거치게 된다. 또한 대전과 유사하게 대중교통의 허브 역할도 한다.) 전주는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도시로, 전라남도를 대표하는 또 다른 도시인 광주(光州)와는 달리 도시 전체적으로 옛 색이 진하게 배어나오는 느낌이 내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독특한 도시이다. 앞서 사진으로 소개한 톨게이트나 호남 제일문, 각종 도시 시설 등의 모습 역시 이에 맞게 기와지붕이나 단청 등으로 세세히 구색을 갖춰두었는데, 비록 그 수준이 조잡한 것도 많지만 그 모든 것들이 남도의 관문도시로써 전주시의 일관된 감상을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화려한 도시는 아니지만 한국 전통문화를 연구하고 공연하는 시설들도 많은 수가 집중되어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전주의 또다른 명물인 비빔밥!
풍성한 고명에 빨간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쓱쓱 비벼먹는 전주 비빔밥은 한국의 맛을 대표하는 음식들 중 하나이다.
(즉석식품으로 현대화된 전주 비빔밥은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비행기 기내식으로도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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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전주가 호남의 북쪽 관문이라면, 남동쪽에는 진주(晉州)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이 한산도 해전에서 일본군의 바닷길을 차단하기 위해 도원수 권율에게 꼭 지켜 달라고 부탁한 웅치, 이치는 전주로 향하는 금남정맥을 넘는 관문이었으며, 권율은 이곳을 끝까지 방어, 전주성을 지켜냄으로써 호남의 북쪽 관문을 막았다. 또한, 바닷길과 북쪽으로의 진출이 좌절된 일본군은 남쪽의 진주성을 공격했으나 김시민 장군의 방어로 실패, 호남의 남쪽으로 진격하려던 것도 좌절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일본은 우리 나라의 곡창지역을 얻지 못해 정유재란 이전까지 한동안 소강상태가 유지되게 된다.

(강원도의 북쪽으로는 원주, 남쪽으로는 제천, 그리고 우리 나라의 한복판에는 대전. 호남에는 전주와 진주가 있다. 산맥과 강으로 첩첩이 이루어진 우리나라 땅의 지리적 구조를 알면, 이러한 역사를 이해하는 것도 쉬워진다.)


by 티티 | 2008/04/20 13:15 | 우리 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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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딴지 at 2008/07/14 00:57
헤헤... 계시나요? 음음!!!
물론 상징적인 의미로 호남의 관문은 전주의 호남제일문이 되겠지만
지형적으로는 여산(익산소재)이 호남의 관문이 되겠습니다.
우연히 들렀다가 그냥 심심해서 아는척 해봅니다!.
Commented by 티티 at 2008/07/14 03:32
그렇지요~ 금강을 건너 전라도로 들어가면 바로 익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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