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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촛불집회, 그리고 10년 전 이야기
(사진은 직접 촬영, 초상권이 문제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처음으로 촛불집회(여의도)에 다녀왔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98년, 내가 다니던 대학교에서 대 재단 투쟁 데모를 했었을 때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 그리고 나이든 교수님들까지 데모에 참가했는데 그 비율이 대단했다. 정치적 표현에만큼은 대단히 보수적이었던 나도 현장에서 진압복을 입고 방패를 든 전투경찰들과 맞서 여러 번 몸싸움을 했고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보기도 했었다. (당시 대열의 앞쪽에 있었던 우리 과는 거의 70% 이상이 유치장 신세를 졌다.) 또한 진압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교묘하게 시위를 무산시키려고 노력했고,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려가며 사진도 찍고 취재를 해 갔지만 신문에는 나지 않았다.

당시의 나 같은 사람도 데모를 했었을 정도로 명분이 그 이상 충분할 수 없었던 데모였지만, 당시 데모를 이끄는 총학생회가 보이던 '전형적 운동권 방식의 선동과 오버'는 갈수록 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재단과의 협상단을 구성한 교수님들과 학생회 간의 입장 차이도 커져서 결국 한 마음으로 투쟁을 시작했던 학교측과 학생 대표 사이의 갈등은 봉합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갔다. 이런 과정에서 학생회 내부도 한층 강력한 투쟁을 주장하던 '매파'와 온건한 '비둘기파'로 나뉘었고, 이 기회를 이용해 매파가 비둘기파를 제치고 학생회 운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양상마저 보였다. 이렇게 되다 보니 투쟁기간이 길어지면서, 수업거부로 학사일정이 엉망이 되면서, 시험을 건성으로 치르고 늘어난 수업일수도 채워야 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가 생기면서 많은 학생들의 마음은 투쟁에서 떠났다. 
당시 대선(김대중-이회창-이인제 구도)도 다가와, 한나라당을 제외한 두 당에서 각각 대표를 보내 학생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약속을 하고 표를 부탁했다. 당시 새정치국민회의(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에서 보낸 대표는 무려 정책위 의장이었는데, 나중에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낸 이름을 대면 알만한 사람이다. (근데 어이없게도 언젠가부터 한나라당에서 그 모습을 보이다가 근래에는 사라져버린 정치인이 되었다.) 선거 때 많은 학생들이 그 당에 표를 던졌고 - 당연히 그 때문만이야 아니겠지만 -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런데 선거 전의 약속은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근래 정치판의 몇몇 모습과 너무나 비슷한 이야기라서, 지난 일이라고는 해도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나온다.
사람들이 결국 귀찮아서 투표를 했느니 안 했느니 하는데, 사실 이런 비슷한 일을 겪고, 실질적인 피해까지 입고 보면 누구나 정치에 대해서 신물이 나게 마련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하는 권리가 또 다른 의무이기는 하다.)

 
이번에 여의도에서 벌어진 집회에서 나는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선동적인 구호나 연사의 퍼포먼스도 없었고, 시위 참가자들은 대부분 어린 학생들과 청년,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조용히 촛불을 들고 있는 것에 대해 솔직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작금의 사태에 대해 진실을 호도하는 것도, 그러나 너무 오버해 생각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표현하는 것에 대해 자꾸 '붉은 칠'을 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실이다. 나의 10년 전 경험에서도, 주제를 벗어나 '붉은 칠' 느낌이 자꾸 들면 사람들은 위화감을 느끼고 떠난다. 그런 방식의 데모도 있지만 이런 방식의 데모도 있다. 지역감정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현실의 무기로 사용해 국민들을 분열시키려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무조건 쇠고기를 들여오지 말아서 미국과 무역전쟁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협상의 원리에 대해 모르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다만 납득할 수 있게만 들여오면 되는 것이다. 쇠고기는 단지 적당한 불씨에 불과했을 뿐, 현재 이 모든 상황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고 본다.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납득할 수 없어서, 아무래도 그들에게 신뢰가 가지 않아서이다. 이번 일 뿐만이 아니라 과거 그들의 행적에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하도 많아서이다. 정보화 시대라 과거에 한 번 기록이 남았다면 숨기는 일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리 방법이 나빠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문제가 있다라는 결론에 점점 가까와진다. 간접민주주의의 한계로 국민들에게 모든 내용을 일일이 설명해 줄 여유가 없기 때문에,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인본주의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다.
누군가 다치는 일 없이 이 거친 흐름이 좋은 방향으로 잔잔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by 티티 | 2008/05/07 12:58 | 일상다반사 | 트랙백(2)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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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미리내 at 2008/05/07 14:08
저도 어제 다녀갔습니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는 소녀들이 참으로 안쓰러웠습니다. 어쨋든 좋은 글에 대폭 공감합니다.
Commented by 하늘사랑 at 2008/05/07 18:27
티티님/ 링크 걸어주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Commented by 소영 at 2008/05/08 09:49
Bloody fat piggy bast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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