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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 (智異山 老姑壇) - 진달래꽃 만발한 해발 1,507m 천상화원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 중간, 코재에서 바라본 지리산 화엄(華嚴)계곡.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고갯길은 경사가 급하여 똑바로 서서 올라와도 코가 땅에 닿는다 하여 코재라고 불린다 한다. 
작년 겨울의 긴 종주산행을 마치고 이 곳으로 하산하던 생각이 났다.
어느사이 흰 눈의 카페트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울긋불긋 파르스름한 봄 물이 들었다.
산 아래는 이미 벚꽃철이 끝난 지 오래이건만, 이곳에는 지금 진달래꽃이 한창이다.



눈이 없는 것만 빼면 아직도 겨울이 덜 떠난 듯한 지리산 능선. 오직 소나무들만이 푸르렀다.
한국의 봄은 이처럼 대기 상태가 맑은 경우가 거의 없다.



진달래꽃이 가득히 만발한 천상화원 지리산 노고단. 정상부의 돌 탑이 보인다.
노고단은 해발 1,507m로 지리산에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이며,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아고산대 기후 지역이다.
나는 노고단에 다녀오고 나면 늘 좋은 일, 인생의 크고작은 변화가 생기곤 했다.
삶에 변화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 노고단. 


노고단에서 내려다 본 노고단산장 (지리산국립공원 노고단대피소).
작년 겨울, 눈보라가 쏟아지는 깜깜한 밤에 지리산 종주를 무사히 마치고 종주의 마지막 밤을 보내던 기억이 난다.
첫 종주 기념으로 먹으려고 무겁지만 특별히 가져왔던 별식을 먹던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대피소 건물 뒤로는 옛 선교사 건물의 폐허가 보이고, 저 멀리 보이는 곳은 해발 1,090m 성삼재 휴게소이다.
성삼재 휴게소는 지리산을 관통하는 861번 지방도로의 가장 높은 지점으로, 이 곳에 차를 세우면 노고단까지 걸어서 약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산 중턱의 KBS 방송 중계소와 철탑. 지리산을 넘기에는 전파도 힘에 겨운지, 이곳에서 한 번 '토스'를 받는다.
건물의 모습이 산의 자연스러운 풍경을 다소 망치고 있긴 하지만..
 어찌하리. 이것은 인간의 한계인 것을, 그리고 우리네 삶의 모습인 것을. 



아름다운 선홍빛 자태를 한껏 뽐내던 진달래꽃.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봄 꽃 이미지 그 자체다.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 능선에는 어디에나 진달래꽃 화원.


노고단(老姑壇). 노고(老姑)란 '늙은 시어머니'란 뜻으로 지리산 마고할머니를 상징한다.
그 이름에 걸맞게 지리산은 여성적인 산이며,
만 것을 태어나고 꽃피게 하고, 받은 것들은 머무름 없이 모두 아래로 내려보내는 자애로운 산이다.


노고단을 오르내리는 나무 통로.
노고단의 귀중한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이처럼 전용 통로를 만들어 두었다. 


노고단고개에서 한 눈에 바라보이는 지리산 주능선.
희뿌연 공기 너머로 지리산의 붉은 심장과도 같은 서쪽 최고봉인 해발 1,732m 반야봉(般若峰)까지 6킬로미터. 
또한, 저 멀리 지리산의 상징이자 해발 1,915m로 남한 내륙의 최고봉인 천왕봉(天王峰)까지 25킬로미터,
저 곳에서 여기까지 내가 걸어왔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눈보라가 쏟아지던 깜깜한 밤, 홀로인 나를 3일간 이 곳까지 안전하게 인도해 준 지리산에 넓죽넓죽 절을 하던 기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온몸은 덜덜 떨렸고 너무나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안녕, 안녕, 모두들 안녕...
언제나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안녕은 결코 영원한 헤어짐이 아닌 것을,
한결같은 사랑만 있다면, 우리들은 언제 어디서건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을..




 

진달래꽃

김소월詩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by 티티 | 2008/06/12 13:04 | 우리 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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