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싸리재 고갯길을 오르는 버스 안에서. 터널을 따라 고개를 넘으면 드디어 태백(太白)이 나를 맞는다.
눈보라는 몰아치고 길바닥에는 눈이 쌓였는데도, 버스는 진땀 내는 기색 한 번 없이 능숙하게 고개를 넘는다.
싸리재 고갯길의 구글 어스(Google Earth) 인공위성 사진. 이 지역은 고해상도 사진이 제공된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옛 고갯길과 최근 뚫린 싸리재 1, 2 터널의 입구들이 보인다.
누가 그랬던가, 넘기 힘든 산에서는 오르는 이의 심장만이 아니라 길도 요동을 친다고.
새로 건설된 터널 덕에, 이제는 오르내리는 이가 적어진 옛 고갯길이다.
싸리재(두문동재)
N37 12.154 E128 54.848
백두대간(白頭大幹)을 넘는 큰 고갯길들 중 하나인 이 싸리재는 함백산을 넘어서 강원도 정선군의 사북-고한과 태백시를 연결하는 고개로, 우리 나라의 대표적 고원도시 태백으로 드는 고개답게 고갯마루의 높이는 무려 해발 1,048m로 대단히 높은 고갯길이다. 38번 국도 직선화 공사에 따라 최근 긴 터널이 뚫려 오가는 일이 편리해진 이 싸리재의 남쪽에는 4,500m의 길이로 국내에서 가장 긴 터널이자 철도 터널인 태백선 정암터널이 지나고 있다. 또한 이 정암터널을 지난 태백선 철도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철도역인 추전역을 만나게 된다. (싸리재의 이름은 이 역의 이름과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암터널의 남쪽으로는 싸리재보다도 한층 높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자동차 고갯길로 알려진 만항재 길이 있어서 이 지역이 이름난 고원지대임을 실감케 한다.
싸리재가 위치한 백두대간 함백산 금대봉과 서쪽의 태백시에는 무려 세 개의 강의 발원지가 있는데,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 그리고 백두대간 동쪽의 강인 오십천의 발원지가 각각 위치하고 있어서, 태백산이 우리 나라 땅에서 얼마나 중심적인 위치를 가진 산인지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물은 지붕,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이다)
싸리재의 서쪽 입구에는 고한읍에 속한 두문동이라는 마을이 있어, 싸리재를 다른 이름으로 두문동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터널 이름도 '싸리재(두문동재)' 터널 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은 이 지역의 탄광들이 폐광되면서 오래 전에 인적이 뜸해진 마을이 되고 말았다. 한때 우리 나라의 대표적 탄광 지대였던 사북-고한 지역은 오래 전 광업이 사장되기 시작하면서 인구가 마구 빠져나가 황폐해졌으나, 현재에는 강원랜드를 비롯한 카지노 호텔과 골프, 스키장 등 위락 시설이 꽉 들어차 있다. 아직도 폐갱구에서 흘러나온 폐수로 붉게 오염된 채 흘러가는 강물과 게딱지 같은 허름한 주거지역 옆에 세워진 거대한 카지노 호텔의 화려한 네온사인은 시절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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