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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여신 (虹の女神, Rainbow Song, 2006)

무지개 여신 (虹の女神, Rainbow Song, 2006)

제작 : 이와이 슈운지
감독 : 쿠마자와 나오토
각본 : 사쿠라이 아미
주연 : 이치하라 하야토 (토모야 역), 우에노 주리 (아오이 역)



"끝난 건 나뿐이었다."


'무지개 여신(虹の女神, Rainbow Song)'은 '러브레터'로 우리 나라에도 잘 알려진 이와이 슈운지 감독이 제작하고 쿠마자와 나오토가 감독한 영화이다. 2005년 작 영화인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龜は意外と速く泳ぐ, Turtles Swim Faster Than Expected, 2005)'을 보고서 팬이 되기로 결정한 우에노 주리가 여자 주인공을 맡았고, 같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했던 아오이 유우가 우에노 주리의 여동생 카나 역을 맡아 남자 주인공인 토모야와의 감정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
사실 이와이 슈운지라는 이름에 일본의 많은 소녀 배우들 중 어쩐지 눈에 띄는 두 사람, 우에노 주리와 아오이 유우가 동시에 따라오는 영화라고 하니 한번쯤 볼 만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두 사람의 존재보다는 영화 속 아련한 이야기에 더욱 깊이 젖어들게 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다른 작품들. '러브레터', '릴리슈슈의 모든 것', 그리고 '하나와 앨리스' 등등과 비슷한 느낌이다. 약간 희뿌연 듯한 몽환적인 화면에 핸드헬드 카메라로 찍은 느낌.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눈이 안정된 삼각대에 장착된 카메라, 기계의 눈이 아니라 사람의 눈과 같은 호흡이 느껴진다.

영화의 내용이라고 하면 두 남녀가 가까이 지내면서 서로 좋아하는 맘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서로의 맘이 자꾸 엇갈리면서 연결이 안 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여자 주인공이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모든 것이 끝난다는 이야기다. 사실 시시한, 별 대단한 것 없는 내용이지만 이 영화는 그 내용을 몽환적인 화면 연출과 무섭도록 섬세한 감정 표현 처리로 굉장히 투명하고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만들어 놓았다. 마치 초반부의 한 장면, 땅바닥에 고인 빗물 위에 비친 무지개와 두 남녀의 흐릿한 반영처럼.
이 영화는 그래서 별달리 특별할 것 없으면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다. 딴은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란 것이 다 그렇다. 특별한 것이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은 내가 가끔 일본 영화를 보면서 무척이나 감탄하는 점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 영화나 드라마도 무척이나 감정 표현이 섬세한 편이지만, 일본의 몇몇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내 스스로 몰입하게 되는 경우를 가끔 경험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스토리를 따라가며 만들어지는 감정이라기보다는 마치 내 스스로가 주인공과 같은 감정의 파도를 경험하고 잇다고 해야 하나. 영화 '무지개 여신' 에서는 두 남녀 주인공을 맡은 이치하라 하야토와 우에노 주리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더더욱 영화를 살아나게 해 주었다. 비록 조연이었지만 아오이 유우 역시 중요한 역을 맡아 충분히 좋은 연기를 보여 주었다. 다른 나라 배우이지만 정말 부러울 정도였다.

올해 부산 국제 영화제(PIFF)에도 왔고, 영화 '스윙걸즈',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등으로 우리 나라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여배우 우에노 주리는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외국의 영화 배우이다. 원래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였다고 하는데, 눈에 확 띄는 미인이거나 화려한 스타일도 아니지만 어딘가 굉장히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이 일품이다. 해맑고 순수한 느낌, 특히 까칠한 듯하면서도 다정다감함이 확 느껴지는 말투는 매력적이다. 극중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정말로 뛰어난 배우라는 느낌을 자연스레 받게 되는데 아직 나이도 그렇게 많지 않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올해 중반쯤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라스트 프렌즈'에서는 짧은 쇼트 컷에 마치 남자와도 같은 거친 느낌으로 등장하는데, 드라마 자체는 아주 재미있다까지는 아니었지만 우에노 주리의 이미지 변신은, 특히 그런 이미지마저도 엄청나게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녀의 여러 출연작 중에서도 이 '무지개 여신'에 나오는 모습은 굉장히 훌륭해서,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모든 작품들 중 그녀가 가장 아름답게 보여지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영화 '무지개 여신'은 스토리가 그리 대단하지 않은 만큼, 내용 자체에 큰 기대를 한다기 보다는 평범한 내용 속에서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투명한 느낌의 영상미를 볼 수 있는 잔잔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여담이지만, 배경 음악과 주제가가 참 좋은데, 원래 이 영화를 위해 제작된 음악은 아니라고 한다. 원래는 오래 전에 있던 노래였는데, 이와이 슈운지 감독이 이 영화의 세계관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는 것을 느끼고 주제곡으로 채용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여담으로, 일본의 드라마를 접한 것은 아주 최근이지만, 조금씩 보다 보면 근래 많은 우리 나라의 드라마들이 일본 드라마와 무척 비슷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기분 탓일려나. 디자인을 하다 보면 잘 된 작품들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나라의 몇몇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은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다.


by 티티 | 2008/10/19 21:18 | ArtLif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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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세이람 at 2008/10/20 01:27
누군가 추천해줬었는데 잊고있다가 티티님의 글을 보고 생각이 나는군요. 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티티 at 2008/10/20 23:13
재미있어요~
Commented at 2009/08/0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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