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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콘 근크리트 (鉄コン筋クリート, Tekkon kinkreet, 2006)


철콘 근크리트 (鉄コン筋クリート, Tekkon kinkreet, 2006)

감독 : 마이클 앨리어스 (Michael Arias) (미국)
제작사 : STUDIO 4℃
주연 : 니노미야 카즈나리 (쿠로 역), 아오이 유우 (시로 역), 이세야 유스케 (기무라 역), 다나카 민 (네스미 역)

2006년 전주 국제영화제로 국내에 정식 소개
2006년 미국 예술잡지 '아트 포럼' 이 선정한 베스트 필름에 선정


"소멸이야말로 새로운 탄생의 시작이지."


이름부터 다소 생소한 '철콘 근크리트'는 일본의 기인(奇人) 만화가로 알려진 마츠모토 타이요의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철콘 근크리트'는 원작 작가가 어린 시절 '철근 콘크리트'를 잘못 읽었던 점에서 착안한 제목이라고 하며, 이 작품의 전체에 흐르고 있는 무심한 개발우선주의의 삭막함을 우회적으로 상징하기도 한다.

이 작품이 특이했던 이유는 일본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저패니메이션을 그렇게 많이 본 이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봐 왔던 일본의 다른 작품들과 다른 점들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헐리우드 느낌의 결합이라고 해야 할까. 상당히 퓨전스런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얼마 전 소개했던 '초속 5센티미터'와 같은 마코토 신카이 감독의 극히 일본적인 '섬세하고 말랑말랑한' 작품들과는 극도로 대비된다. 그간 여러 헐리우드 영화와 저패니메이션 작품에서 특수효과를 많이 담당했던 마이클 앨리어스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의 역량이 보통 수준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가 효과를 맡았던 작품들 중에는 코헨 형제의 영화인 '허드서커 대리인(The Hudsucker Proxy, 1994)' 그리고 지브리 스튜디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千と千尋の神隱し, Spirited Away, 2001)',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 姬, Mononoke Hime, 1997)'등 내가 좋아했던 주옥같은 작품들이 있었다.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볼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 같은 3D 그래픽, 특히 물 위로 달리는 열차와 그 주변을 지나치는 유령같은 간판들의 느낌은 매우 선명해서 잘 기억하고 있다. 그 덕에 이 작품의 뚜껑을 처음 열면서 많은 기대를 할 수 있었고, 역시나 끝까지 실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출연진도 흥미롭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황색 눈물(黄色い涙, Yellow Tears, 2006)',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 2007)' 등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니노미야 카즈나리, 놀라운 귀여움과 생기발랄함을 갖춘 한편으로도 훌륭한 연기력을 갖추어서 우리 나라에서도 인기있는 아오이 유우가 두 주인공 쿠로와 시로 역의 성우를 맡았다. 사실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도 유명 영화배우들이 성우 연기를 하는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성우 연기는 사실 실제 배우 연기와는 상당히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첫 번째 성우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전문 성우 배우들에 비해 손색이 없는 연기를 보여 주었다. 아오이 유우는 그간에도 애니메이션스러운 영화 작품이나 만화같은 영화에 자주 출연했기 때문에 나름 익숙하기는 했으나, 이 작품에서는 사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극중 캐릭터와 잘 동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배우 데뷔 전 발레와 연극을 공부했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본적 발성법들에 대한 소양은 갖추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캐릭터의 느낌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작품에서도 일본의 여배우들에게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예쁘장한 목소리' 라기보다는 어쩔 때는 다소 거칠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스스로의 자연스런 목소리로 연기를 하기 때문에 내게는 우에노 주리와 더불어 그 내추럴한 모습에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가상의 마을 다카라쵸를 중심으로 그 개발권을 놓고 여러 세력들이 서로의 주도권을 위해 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마을에서 살아가던 쿠로(黑)와 시로(白), 그 이름의 이미지로 대비되는 두 아이들의 하드보일드한 성장 스토리이다. 다채로운 색깔과 섬세한 표현이 일품인 그림은 화려하고 예쁘지만, 내용에는 충분히 깊은 동양적 철학이 담겨 있고 영화 자체가 마냥 예쁘기만 한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다소 위화감을 느낄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느낌을 잘 유지하면서도 3D 그래픽을 광범위하게 사용, 마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듯 음악과 어우러지며 박력있게 연출되는 카메라 워크를 보다보면 자연스레 감탄이 나오게 된다.
그와 함께 작품을 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보여 주는 엄청나게 넓은 표현 스펙트럼에 다시 한번 놀랐다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던질 것인가? 그리고 무엇으로 보여 줄 것인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이야 어찌 보면 다 고만고만하다고 해도, 사실 이 두 가지의 고민의 깊이를 얼마나 더하느냐, 그리고 얼마만큼의 표현력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느냐가 늘 관건이라는 것은 실로 단순한 진리가 아닐 수 없다. 작품 '철콘 근크리트' 는 그래서 어떤 면으로는 식상하면서도 충분히 신선하다.



"여기는 지구별 일본국 시로대원, 오늘도 이 마을의 평화는 우리가 잘 지켰습니다."

영화 속 아오이 유우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많은 여운을 남긴다.



'철콘 근크리트'에 대한 좋은 글 하나 더 보기 (제 5영화관)



* 설정이 비슷한 작품으로 과거 흥행에 별로 성공하지 못했던 하지원, 임창정 주연의 '1번가의 기적' 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근대에 엄청난 속도로 개발이 진행된 우리 나라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작품 '철콘 근크리트'와는 내용도, 메시지도 다르다.



    
by 티티 | 2008/11/12 03:56 | ArtLife | 트랙백(1)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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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이야말로 새로운 탄생의 시작이지." 이름부터 다소 생소한 '철콘 근크리트'는 일본의 기인(奇人) 만화가로 알려진 마츠모토 타이요의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철콘 근크리트'는 원작 작가가 어린 시절 '철근 콘크리트'를 잘못 읽었던 점에서 착안한 제목이라고 하며, 이 작품의 전체에 흐르고 있는 무심한 개발우선주의의 삭막함을 우회적으로 상징하기도 한다. .....more

Linked at VisionStyler | n.. at 2009/02/06 01:41

... 을 추구할 수 있어야 올바른 재개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추천하고픈 영화도쿄! (Tokyo!, 2008) 중 레오 까락스 감독의 '광인'철콘 근크리트 (鉄コン筋クリート, Tekkon kinkreet, 2006), 마이클 앨리어스 ... more

Commented by 타누키 at 2008/11/12 11:00
개인적으로 기대했던바에 크게 못벗어나지만 꽤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다만 시로와 쿠로가 너무 불편하더군요. 시로는 어쩔 수 없는 캐릭터니 그렇다 치지만
쿠로는......흠흠....그냥 순수한 악처럼 나왔는데 그걸 주변에서 아이라고 봐주는게...
뭐 그런 곳에서 자라 어른들에게 영향을 받았으니 어른들이 감수해야한다는건 알겠지만...
Commented by 티티 at 2008/11/13 00:03
감상평 감사드려요.
감상문을 막상 써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해보게 만든 영화였어요.

저도 더 많은 생각을 다시 글로 표현해보겠습니다.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8/11/12 14:30
사실 스토리와 장면 자체는 철저하게 원작만화를 따라갑니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면 만화책이 재미없어질 정도로요.
어떻게 보면 타카라쵸는 쿠로와 시로가 공유하는 하나의 판타지 월드랄까.....현실성이 꽤 거세되어 있죠.
쿠로와 시로가 입버릇처럼 타카라쵸는 자기들 것이라고 말하는데서 어느정도 드러납니다.
거기에 '어른들의 현실'이 외부에서 개입함으로서 평화가 깨진 것이고
쿠로는 아이들의 방법론으로 대항하는 것 뿐이죠. 선악체계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Commented by 티티 at 2008/11/13 00:03
원작을 한번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ㅎ
Commented by 산왕 at 2008/11/12 22:44
뭐랄까; 영화를 보고나니 원작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들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재미가 없었다거나 별로여서가 아니라 왠지..말이죠^^;
Commented by 티티 at 2008/11/13 00:03
저의 경우는 원작을 보고 싶어졌지만, 그 마음 어쩐지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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