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방배동의 옛 동네에는 유명한 '카페골목'이 있다. (사실 방배동이라고는 해도 오히려 사당동 쪽인 이수역이나 사당역에서 가깝다.) 80년대 최고의 호황을 맞아 매일 밤 불야성을 이루었다는 이 곳은 내가 대학 때만 해도 친구들과 자주 놀러오던 곳이었다. 음식 가격이 썩 싸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강남 땅에 젊은 학생들이 먹고 마실 만한 몇 안되는 곳들 중 하나였다. 지금은 지존급이 되어버린 강남역 거리는 이제 막 떠오른 샛별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의 카페골목 역시 여전히 늦은 밤에도 환히 불을 밝히고 있지만 내가 들락거리던 때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오늘날의 카페골목은 이제는 '먹자골목'이라 불러야 옳다는 생각. 건물들도 꽤 낡은 상태고 즐비한 아구찜 식당 등 전체적으로 젊은이들의 분위기라기보다는 약간 중년의 분위기로 바뀌어 있다. 불황이라 그런지 한산하기도 하다. 이 카페골목이 호황이었을 당시 어린아이들이었던 사람들은 이제 신흥 유흥가의 지존이 된 강남역 등지로 일찌기 옮겨갔을 테고, 아마도 예전에 찾던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서도 추억을 간직한 채 계속 찾아와서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하지만 카페골목이 쇠퇴한 가장 큰 원인으로 개인적으로 지목되는 것은 대중교통 환경의 변화라고 생각된다. 카페골목 부근에는 마땅히 지하철도, 유명한 버스 노선도 없어서, - 지하철이 지나다니게 되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아진 다른 신흥 유흥가들에 비해 - 잘 모르는 이들이 찾아오기가 솔직히 쉽지 않다. 주차 환경도 썩 좋지는 않다. 잡지나 방송에 소개되는 유명한 맛집의 대표적인 공통점이란 '기자들이나 취재진들이 쉽게 차를 몰고 찾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변화가 있어 교통이 바뀌기도 하지만, 시대의 패러다임과 교통정책의 변화에 따라 지역이 흥하고 망하기도 하는 사례를 우리는 과거 역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의 변화에 따라 거리가 젊어지기도 하고, 나이를 먹기도 하는 일은 정말이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세상 모든 것들에는 사이클이란 것이 있어서 흥하면 언젠가는 스러지고, 또 다시 흥하기 마련이다. 자연의 섭리다.
기다리기만 하면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이야기처럼 맞는 이야기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