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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남대로 (嶺南大路) - 신정일 선생님

"십리 간에 말이 다르고 백리 간에 풍속이 다르다."


영남대로(嶺南大路)는 조선의 9대 간선도로(국도) 중 제 4로에 해당하는 길로, 백두대간 제일관문인 문경새재를 넘어 한양과 부산을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길이었습니다. 영남좌도, 영남중도라고도 불리며, 주요 경유 지역은 서울-용인-충주-문경새재-상주-밀양-부산입니다. 참고로 영남(嶺南)이라는 뜻은 고개 남쪽이라는 의미로, 우리 땅의 중심 산줄기인 백두대간을 넘는 첫번째 고개, 문경새재의 남쪽 땅을 일컫는 것입니다. 이렇듯 영남대로를 이야기하려면 새재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현재도 서울-부산간의 최단 거리를 측정하면 문경새재 부근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옛 조상님들의 지도 측량 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현 정부의 핫 이슈인 경부운하도 조령(문경새재)에서 백두대간을 넘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을 보면, 새재의 위치는 정말로 우리 나라 땅의 허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산줄기가 즐비한 조령을 통과하는 뱃길 공사는 경부운하 공사의 최대 난관으로, 정말로 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모르는 공사입니다. 일단 걸어서 넘기도 힘든 길인데 2천 톤의 강배들에게는 과연 어떻겠습니까? 2천 년 넘게 국토의 당당한 어머니 산줄기이자 자연장벽 역할을 맡고 있는 백두대간은 21세기의 첨단 토목기술로도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닙니다. 위정자들은 가벼이 여기지 말기를 바랍니다.

새재를 중심으로 영남의 주요한 관문에는 남쪽에 추풍령(秋風嶺), 동북쪽에 대재, 혹은 큰재로 불리는 죽령(竹嶺)이 있었으나 이렇듯 새재를 지나는 영남대로는 특히 옛 선비들의 과거길로 잘 알려져 있고요, 죽령 아래쪽의 안동, 영주에 살았던 선비들도 일부러 먼 길을 돌아와 이 길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간 선비가 추풍령을 넘으면 가을 낙엽마냥 날려 떨어지고, 죽령을 넘으면 미끄러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재에도 추풍령에는 한국의 제 1번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와 더불어 경부선 철도, 경부고속철도가, 죽령에는 중앙고속도로와 중앙선 철도가 영남으로 넘어 들어갑니다. 추풍령이 남쪽으로 더 돌아간 이유는 국토중심의 도시인 대전(大田)을 경유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새 고속도로 덕분에 추풍령 너머 김천(金泉)은 옛 문경처럼 영남의 으뜸 관문도시가 되었고, 도시 입구에 영남제일관문(嶺南第一關門)이 세워져 있습니다. 문경새제 옛 방어관문들에도 같은 편액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추풍령 옆에는 옛 국도가 지나는 괘방령(掛房領)이 있는데, 방이 붙는다는 뜻의 고개로, 문경새재의 문경(聞慶), 즉 경사스런 소리가 들린다는 의미와 비슷한 이름입니다. 이 길 역시 선비들이 추풍령을 대신해 넘던 길이었고, 요즘까지도 큰 시험을 보러 가는 이들은 일부러 이 고개를 넘어 서울로 온다고 합니다.

죽령을 넘는 중앙고속도로는 총연장 4,600미터가 넘는 국내 최장거리 도로터널인 죽령터널을 통해 영남에 닿습니다. 죽령은 삼국사기 기록에도 나와 있는 큰 고개로, 계립령(하늘재)길에 이어 역사상 백두대간에 개척된 두 번째 통로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국가 간선도로로 늘 역졸들이 지나가는 이들에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 영남대로 길을 대신해 주로 부보상들이 이용하며 물류 운반 통로로 이용되었나 봅니다. 중앙선 철도터널인 죽령터널도 이 곳에서 또아리굴을 통해 땅 속을 빙빙 돌아 고도를 높여서 백두대간을 넘어 죽령 너머인 영주 땅에 닿습니다. 역시나 백두대간을 넘는 일은 전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왜 신라와 고구려, 백제의 국경선이 그토록 오래 유지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알 일입니다.


길 이야기 책을 꺼내놓고 고갯길 이야기만 했네요.
이 책 '영남대로'는 제가 늘 가까이 두고 읽는 책들을 많이 집필하신 향토사학자 신정일 선생님의 최근작입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직접 옛 길을 찾아 걷고 남긴 기행입니다. 쉽고 편안한 글이 와닿는 좋은 책입니다.

자매 기행으로는 '삼남대로(三南大路)'가 있습니다. 역시 재미있습니다.







by 티티 | 2009/05/11 11:59 | 우리 땅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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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ulder at 2009/07/22 01:47
신정일 선생님.

저도 영남대로 및 답사(낙동강 관련은 더)에 얕디 얕은 관심이 있어서 책을 자주 보는데.
손에 잡히는 책 중 많은 것들이 선생님의 책이더군요. 학교에서 빌려보다가 이 책과 낙동강 답사책은 구입하고
다시 쓰는 택리지도 좋아합니다.

다음까페도 운영하시는 것으로 아는데..저는 가입하고 가끔 들어가 눈팅만 하는 유령입죠. 하하..
Commented by 티티 at 2009/07/23 22:05
아 그래요? 카페 주소가 어떻게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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