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밤의 어스름이 깔리는 한강. 양화대교 아래를 유람선이 막 통과했습니다. 보이는 모든 대상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습관이 든 것은 단지 직업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눈 앞을 스치는 매 순간 순간이 생애에서 유일한 것임을 깨닫고 나면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하철이 땅 위로 올라와 시야가 트일 때면 반드시 창가로 갑니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어도 자리를 포기하는 것에는 큰 미련이 없습니다. 특히 지하철의 지상 구간은 일반적인 시야보다 훨씬 높은 곳을 달리기 때문에, 평소 느끼지 못했던 많은 발견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갈 길이 급하지만 않다면, 느릿느릿 달리는 열차는 실로 축복입니다. 우선 덜컹거리는 진동도 적고, 사진이 흐르는 일이 적어서 훨씬 깨끗한 사진을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빛이 부족한 때라 해도 충분히 빠르지 않은 셔터로 그럭저럭 말끔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 올림픽대로. 저는 지하철의 창 밖으로 85mm나 105mm의 단망원렌즈를 많이 사용합니다. (위의 사진은 105mm 를 사용한 것입니다) 우선 부피가 작아서 유리창에 바짝 들이대 사용하기 쉽고요, 이 정도 거리를 두고 찍는 풍경에서 상배율 1.5~2배의 망원렌즈는 마치 표준렌즈의 느낌인 듯 적당히 넓고 편안합니다. 피사계 심도도 아직은 덜 예민합니다. 그러나 망원렌즈다운 압축감과 왜곡이 억제된 단정함은 참으로 보기 좋게 충분합니다. 부수적인 효과가 또 있는데요, 지하철의 유리창은 거의 언제나 더럽습니다만 이 정도 망원렌즈라면 그깟 더러움들은 초점 밖으로 간단히 날려 버릴 수 있으므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135mm나 180mm 같은 것은 여러모로 아직은 열차 안에서 쓰기 어렵더군요. 제게는 매우 소중한 장비인 85mm / 105mm 망원렌즈는 단망원렌즈답게 해상력이 좋은 편입니다. 또한 F1.8의 밝은 조리개를 가지고 있어서, 셔터 사용에 여유가 있어 더욱 좋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최대 개방을 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수동식 렌즈이기는 하지만 망원렌즈로 풍경사진을 찍을 때에는 저는 기묘하게 수동 초점이 더 편하더군요. 제한된 AF 포인트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대부분의 경우 거리만 딱 맞추어 놓으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움직이는 대상을 따라가는 것도 조금만 연습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익숙해질 것입니다. 충분한 셔터 속도를 유지하면서 포커스 스크린의 가장 선명한 위치에 초점이 맞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 보세요, 그리고 델리키트하게 초점 링을 움직이며 대상의 움직임과 함께 하면 됩니다.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대상은 어렵겠지만, 많은 대상들이 의외로 규칙적으로 움직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똑같은 거리에서 움직이는 대상은 앞뒤로 거리를 달리하며 움직이는 대상보다 더 쉽습니다.) 조리개를 조금 조여서 어느 정도의 피사계 심도 범위를 확보할 수 있다면 더욱 나이스한데요, '목표물'을 유효 피사계 심도 범위 안에 포획한 상태로 유지하면 됩니다. 다만 이것은 약간의 감이 필요합니다. 사용중인 렌즈의 특성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하겠지요. 기본적인 피사계 심도가 얕은 장초점 망원렌즈일수록 어렵습니다. 그리고 줌 렌즈인 경우에는 화각에 따른 피사계 심도 범위가 달라지니 더 어렵지요. 참고로 렌즈에 대해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저는 한두 스톱 어두운 조리개에 3-4스톱의 액티브 손떨림 보정 기능이 있는 렌즈보다는, 손떨림 보정 없이 한 스톱 더 밝은 렌즈를 선호합니다. 액티브 손떨림 보정은 매우 유용한 기능이지만, 밝은 조리개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을 쫓아갈 때는 결정적입니다. 아, 물론 조리개도 밝고, 손떨림 보정도 있다면 최고의 조합이겠지요. ![]() 노들길과 양화대교 분기점. 자연광은 우리 능력으로는 결코 빛의 방향과 광량을 컨트롤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림자의 위치 등 중요한 요소들이 그에 좌우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빛을 얻으려면 결국 시간을 투자해 기다리거나 쫓아다니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이 달리는 위치에서 창 밖으로 어떤 장면을 어떤 시간대에 역광 혹은 반역광으로 찍고 싶다면 어떨까요?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든 조건과 시간을 맞추어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거나 현지의 상황 연출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빛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거든요, 전철을 타고 다리를 몇 번 오가는 동안 햇빛이 바뀌어 버립니다. 다음 날 오면 되겠지만 날씨나 공기 상태가 다를 수 있지요. 지금 바라보는 파인더 속의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자신뿐이며, 그것이 가능한 순간은 평생 단 한 번, 바로 지금입니다. 파인더에, 그리고 셔터에 최선을 다 해야 하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이유가 되겠습니다. 이 포스트에 올린 3장의 사진은 어제 찍은 것입니다. 최고의 사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제게는 당시의 느낌이 잘 남아 있는 사진들이네요. 물론 이 타이밍을 기다린 것은 아니고, 지나가다 우연히 찍었습니다. 어둠의 커튼이 막 내려지는 순간이었는데, 불을 켜고 양화대교를 통과해 내려오는 유람선이 보이더군요. 이때다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늘 버릇대로 지하철이 땅 위로 올라오기 전 105mm 렌즈가 준비되어 있는 상태, 얼른 거리 링을 돌려 유람선에 초점을 맞추고 연거푸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렌즈를 이리저리 돌리며 새로운 '목표물'을 찾았지요. 사진을 찍다 보면 찍은 사진을 볼 때 셔터를 누르던 순간의 기분이 느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요, 그런 사진들에서 느껴지는 기분은 파인더를 보며 셔터를 누를 때 이미 느낌이 옵니다. 그리고 사진을 꺼내 보았을 때 다시금 '아아~ 역시~'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뭔가 자신의 내면 속 감각들 사이의 벽을 하나 뛰어 넘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분을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까지 전달할 수 있을까요?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그것이 직접적으로던, 우회적으로던 가능하다면 진짜 큰 벽을 뛰어넘어 메시지의 전달이 가능한, 호소력이 높은 좋은 사진이 되겠지요. 사진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사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 어렵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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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반가운 곳이네요...
by 카군 at 12/21 자주 지나치는 역인데,.. by 불곰 at 12/21 진심으로 반가운 곳의 사.. by 마력덩어리 at 12/21 티티님도 느끼시겠지만,.. by Gunplug at 12/16 D3S를 옆에서 직접 보았긴.. by Gunplug at 12/14 저도 사진만 촬영되는 구형.. by 삶은녹차 at 12/14 해당됩니다 ^_^ 근데 .. by 티티 at 12/12 아하, 이 내용 CS4이전 .. by ZENO at 12/12 와 진짜 오랜만에 봅니다 이.. by 마력덩어리 at 12/11 다음 업그레이드때는 비.. by 천하귀남 at 12/10 요거 좋습니까? 슬슬 진짜로.. by 마력덩어리 at 12/10 잘 읽었습니다. DSLR의 .. by 번동아제 at 12/10 참으로 귀엽습니다. by 마력덩어리 at 12/07 멋진 자료 자랑스런 아라온.. by 운해 at 12/06 용산역을 사진으로 보니 더.. by Mulder at 12/04 에구..어찌 저리 순하게 .. by Mulder at 12/04 해마다 12월이 되면 헨델의.. by ibrik at 12/04 안녕하세요, 어제 연주에.. by 카페지기 at 12/04 퍼갈게요` by 이상주 at 12/03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by 바우재 at 12/01 최근 등록된 트랙백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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