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styler Blog
  | Egloos | Log-in
뒷 렌즈는 늘 깨끗하게
제가 사용하고 있는 Nikon TC-17E II  텔레컨버터의 뒷 렌즈입니다.


카메라의 교환 렌즈는 매우 많은 수의 부품들로 구성된 복잡한 광학 장치입니다. 그 중 '렌즈' 하면 떠오르는 유리알 부품은 가장 간단한 구조의 표준렌즈라 해도 다양한 볼록, 오목 렌즈를 합쳐 여러 장이 사용됩니다만, 사용자에게 직접적으로 닿는 '피부'에 해당하는 렌즈 엘리먼트는 단 두 장 뿐입니다. 바로 전면의 대물렌즈와 가장 뒷면의 접안렌즈입니다.

예전의 포스트 '좋은 렌즈에는 좋은 필터를 사용하세요'에서 소개했듯 대물렌즈는 파손 또는 오염될 가능성이 가장 심한 렌즈 엘리먼트입니다만, 그만큼 필터라는 추가 부품으로 보호되므로 직접적으로 외부 환경과 맞닥뜨릴 일은 적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앞 렌즈는 그 자체가 프로텍터 유리인 경우도 있고, 상당한 스크래치가 나도 화질에 영향이 적습니다. 그러나 접안렌즈는 사정이 다릅니다. 접안렌즈는 그 렌즈가 받아들인 빛을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로 출력하는 최종 출구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눈부신 성능의 렌즈에 최고급 필터를 사용했다고 해도 단지 뒷 렌즈 한 장의 관리 상태가 부실하다면 말짱 도로아미타불인 것입니다. 물론, 현장에서 열심히 카메라를 사용하는 가운데 뒷 렌즈를 막 청소를 마친 상태처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렌즈를 교환하기 위해 분리하거나 보호 캡을 제거할 때마다 외부 환경에 노출됩니다. 먼지와 오물, 그리고 지문 등 오염도 오염이지만 사용 중에 다른 렌즈나 카메라의 금속제 마운트와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렌즈 엘리먼트입니다. (심지어 보호용 뒷 캡 자체도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 렌즈를 안전히, 그리고 깨끗한 상태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뒷 렌즈의 형태는 렌즈마다 다릅니다. 사진 속의 텔레컨버터의 경우 뒷 렌즈가 주변의 틀 안쪽에 숨겨져 있지만, 광각렌즈의 경우 커다란 뒷 렌즈가 앗차 하면 긁힐 듯한 수준으로 아슬아슬하게 튀어나와 있기도 합니다. 사용중에 긁힐 수도 있고, 심지어 가방이나 보호 파우치도 위협 요소입니다. 이런 렌즈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뒷 캡을 씌워두는 것 뿐이겠지요.
또한 니콘의 빠른 망원렌즈들은 뒤쪽에서 보면 렌즈알이 깊숙히 들어가 있기도 하고, 300mm 이상의 장초점 망원렌즈라면 조리개 날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농촌이나 숲 등에서 꽃잎이나 작은 잎사귀 조각 등이 그리로 유입되기도 합니다. (저는 심지어 빨간 무당벌레가 날아 들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부분의 내부 경통은 빛의 난반사를 막기 위해 조밀한 홈이 파여져 있거나 벨벳 소재 등으로 처리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간단한 핸드 블로어 정도로는 그와 같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힘들 수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의 중요한 요소는, 뒷 렌즈에 붙은 오염물질은 셔터 뒤편의 이미지 센서의 오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많은 위협들에 대비해 렌즈 뒷 캡은 가장 최소한이면서도 기본적 보호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는 부품입니다. 저는 본디 현장에서는 뒷 캡을 늘 벗겨 둔 상태로 사용했던 적도 많았으나, 얼마 전부터는 렌즈 교체 후에 반드시 뒷 캡을 씌워 보호해 주도록 습관을 바꾸었습니다. 저는 핸드 블로어는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만, 지문 등 심각한 오물은 묻은 즉시 클리닝 천으로 깨끗하게 제거합니다. 텔레컨버터의 경우는 앞뒤 렌즈 모두 중요하지요.

이런 일련의 습관의 변화가 사진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저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습관을 바꾼 후 청결도가 큰 폭으로 향상된 뒷 렌즈를 보면 그 가치를 느낍니다.
얼마 전 하루종일 촬영을 하고 선배 사진기자님을 뵈러 갔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 날 그 분은 제 가방 속의 렌즈를 꺼내어 뒷 렌즈의 상태를 보셨는데요, 본인이 사용하시던 같은 렌즈를 함께 꺼내어 보여 주셨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렌즈고 똑같이 하루 종일 사용한 후 막 사무실에 도착한 상태의 렌즈였는데도 청결도에 무척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것 봐, 훨씬 깨끗하잖아." 하시며 평소 뒷 렌즈 관리가 중요함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개인적으로 매우 놀랐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웠습니다. 부끄러웠던 이유는 단지 뒷 렌즈의 청결도 수준의 차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귀한 손님을 맞기 전에 몸을 씻고 옷매무새를 고쳐 몸가짐을 단정히 하듯, 높은 품질의 사진을 찍으려는 프로가 당연히 갖추고 정리해 두어야 했을 부분들에 대해 소홀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도 간단히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요, 높은 품질의 사진 결과물을 떠받치는 요소에는 정말로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좋은 장비를 구입하는 것처럼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있지만, 이렇듯 '옷 매무새' 수준에 해당하는 평소의 습관들도 그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그 어느 것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요. 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여기지 않아야만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렌즈를 열심히 사용하다보면 외관의 플라스틱, 혹은 금속제 경통 외피에는 많은 상처가 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처들은 이 렌즈를 다시 되파는 데에는 영향을 줄 지 몰라도 결과물의 품질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렌즈를 보호하는 것은 좋지만 오히려 주객이 전도되어버리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는 귀찮음이야말로 비로소 대가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로 가는 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 

사진을 찍어 본 이라면 잘 알겠지만, 파인더 속에서 언제 자신에게 행운이 오게 될 지는 그야말로 하늘만이 알 일입니다. 아직 수입이 충분치 못한 입장이라 경제력이 모자라는 등의 이유로 큰 것에서 문제가 생겨도 억울한데, 돈 한 푼 안 드는 작은 습관 하나의 차이로 준비가 부족하여 큰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그야말로 땅을 칠 일일 테니까요. ^_^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티티 | 2009/10/31 16:29 | 사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titicat.egloos.com/tb/196396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홍차도둑 at 2009/11/01 10:11
저도 렌즈 뒷부분은 철저히 하는 편입니다. 선배님들이 제 렌즈 다 보시더니만 '어느 싸부 밑에서 배웠냐? 렌즈 뒷부분 참 깨끗하네' 하면서 칭찬해 주셨었습니다.
첫번째 싸부께서 '앞이야 닦으면 되지만 뒤는 힘들다'라면서 처음부터 가르쳐 주신 것이 참 좋았었구나 하고 느꼈었답니다.
일전 필터 이야기 때 쓴 '일정표' 내지는 그런 것도 그 싸부가 버릇 들여놓으신 거지요. 인격적으로 문제는 많았던 싸부였지만(제자들 돈 사기치신...-ㅅ-) 그런 장비 다루는데의 좋은 버릇을 들여놓은 부분은 인정하는 싸부였습니다 ^^
Commented by 티티 at 2009/11/03 23:12
저 역시 노력을 하니 좀더 나아지기는 합니다 ^_^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