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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기계체조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 다녀왔습니다. (프롤로그)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계체조(Gymnastics) 경기를 구경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저는 기계체조 경기를 이렇게 자세하게 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실제 맨눈으로 보는 것도 처음입니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려 태릉선수촌까지 찾아간 보람이 있고도 남았습니다.

오늘의 경기는 남자 경기로 2010년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한 1차 국가대표 선발전이었습니다.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로서 세계무대에 나서고픈 꿈을 키워오며 표현 그대로 '피가 나게' 연습해 온 많은 선수들이 모여 치르는 시험이지요. 많은 심판들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수들의 연기를 하나하나 주시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이들이 모여있음에도 분위기는 극도로 조용했고 진지했습니다. 제 카메라 셔터 소리가 거대한 태릉선수촌의 체조경기장을 망치로 쾅쾅 두들기는 듯한 느낌이었으니까요.  

링, 안마, 뜀틀 등 기계체조 경기에 대해 사전에 조금 공부를 해 가기는 했으나 정작 현장에세는 제대로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더군요. 선수들이 사용한 초크 가루가 폴폴 날리는, 그리고 경기 중 점프와 착지가 반복되며 쉴 새없이 쿵쿵 울리는 바닥 등 경기장의 뜨거운 분위기 자체에서부터 상당히 압도되어버렸나봅니다. 진지하게 몰입하다 보면 대단히 감성적이 되는 성격도 한 몫 했겠지요. 놀라왔던 것은 기계체조가 리듬체조보다 훨씬 빠르고 힘이 넘치는 스포츠였다는 것입니다. 남자 경기라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카메라 파인더 속에서 움직이는 피사체의 속도가 최소한 두세 배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 10분 동안에는 선수들을 카메라로 따라잡을 수 조차도 없었습니다. 아 이거 큰일났구나 싶었지요. 이 날은 시험이라서 그랬는지 다른 기자들이나 망원렌즈를 부착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취미 사진가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보란듯이 카메라를 들고 와 놓고서 제대로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안 나온다면 무슨 창피냐, 그리고 중요한 시험 진행에 피해만 주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어찌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뒤로 갈수록 다행히 조금씩 익숙해지더군요. 그러나 예상한 것 만큼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해야겠습니다. 지난 번 KBS배 전국리듬체조 경기대회 촬영 이후, 나름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novice는 novice일 뿐이었던 것이지요. 실내 스포츠 좔영은 한두 번 연습으로 쉽게 터득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입니다. 에어쇼만 해도 4-5년 연습 끝에야 사진 비슷한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으니까요.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어 가면서 맘대로 잘 안 되는 점들에 대해 입 속으로는 끊임없이 불평이 터져나왔지만, 지난 번 리듬체조 촬영 때 선배 사진기자님께 들었던 일갈, "그것은 변명이다!" 가 마치 찬물을 끼얹듯 마음을 식히더군요.


그러나 오늘 기계체조 경기를 보며 진심으로 느낀 것은, 과연 체조 종목은 인간의 육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스포츠라는 것입니다. 여자 리듬체조 경기에서는 인간의 육체가 가진 아름다운 신체곡선과 유연함, 그리고 부드러움 속의 힘과 스피드를 느꼈다면 오늘 남자 기계 체조에서는 그야말로 불끈거리는 근육과 힘줄을 타고 솟아 오르는 폭발적인 스피드 속에 숨겨진 놀라운 유연함을 보았습니다.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인간의 이런 멋진 모습들을 TV로만 보아서는 - 제가 여태 그래왔듯 - 결코 그 1/10도 체감하지 못하겠지요. 종목이 다르지만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장미란 선수가 바벨을 들어 올리는 TV화면을 보고 굉장한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만, 실제로 눈앞에서 그 장면을 본다면 단지 전율을 느끼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았을 듯 싶습니다. 바벨을 들어 올리며 선수가 내지르는 기합과 함께 주변으로 파동처럼 번지는 그 어떤 에너지를 TV는 결코 전달해 줄 수 없었을 테니까요.

스포츠가 우리에게 보여 주는 감동을 사진으로는 얼마만큼 잘 전달할 수 있을까요? 저야말로 피가 아니라 더 대단한 무언가가 나게라도 연습을 해서 한계를 넘나드는 인간의 육체가 빚어 내는 이 멋진 장면들을 많은 기록으로 남기고, 여러분들께 선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진은 다음 포스트에 다시 올리겠습니다.
    오늘 이런 좋은 기회를 제게 선사해 주신 대한체조협회 관계자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맛있는 (게다가 제가 너무나 좋아라하는) 한솥도시락 먹고 힘내서 열심히 찍었습니다.
    아울러, 오늘의 중요한 무대에서 혹시라도 저의 카메라와 셔터 소리가 부담이 되었을지도 모를 출전 선수 여러분 죄송합니다.




by 티티 | 2009/11/07 21:40 | Press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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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력덩어리 at 2009/11/08 00:12
체조같은 경기 참 좋아합니다. 그 공기를 마시고 오셨다니 부럽습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스포츠 선수들... 정말 존경합니다. 태릉 선수촌도 가시고 막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티티 at 2009/11/14 11:57
정말 좋은 자리였죠 ^_^
Commented by 택씨 at 2009/11/08 09:14
기계체조는 정말 빠르죠. 심지어 제일 느리게 움직이는 안마만 해도 동작이 역동적이죠.
마루운동의 경우는 눈으로 쫓아가는 게 힘들 정도이지요. 사진 기대됩니다.
Commented by 티티 at 2009/11/14 11:57
맞아요.. 정말 그것도 힘든...
Commented by 낯선사람 at 2009/11/09 19:32
그날 수고 많았습니다.
도시락으로 모실게 아니었는데..

조만간 사당에서 또 뵙죠..
Commented by 티티 at 2009/11/14 11:57
당치않아요~ 좋은 기회 주신 점 너무 감사드립니다.
지난번 리듬체조대회 사진이랑 같이 전달해드릴께요. 준비는 다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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